2017년 4월 26일 수요일

CDE(이항대립 2.0) 매뉴얼

여러분이 정보를 잘 모델링할 수 있다면, 글을 잘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CDE란 정보를 모델링하는 방법입니다. CDE는 C⇒E와 D→C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선 C⇒E부터 살펴보겠습니다. C⇒E에서 C란 원인이고, E는 결과를 말합니다.


다음 문장을 함께 분석해 볼까요?
(1) 두 초점이 가까워질수록 이심률은 작아진다. (수능)

(1)에서 원인은 무엇이고, 결과는 무엇인가요?
’초점‘이나 ’이심률‘이라는 명사를 모르더라도 이 글의 구조를 분석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ㄹ수록’, ‘-진다’와 같은 어미를 근거로 하여 원인과 결과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의 구조처럼 ‘A일수록 B진다“라는 형식을 가진 문장을 비례적 인과문이라고 합니다. 이 때 A는 원인이고 B는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1)에 적용해 본다면, 원인은 두 초점이 가까워지는 것이고, 결과는 이심률이 작아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래와 같이 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초점이 멀어지면 이심률은 어떻게 될까요? 아래 그림의 화살표를 보면 알 수 있다시피 커질 것입니다.



 초점과 이심률이라는 어휘의 의미를 모르더라도 이렇게 정리할 수 있고, 또 추론할 수 있다는 점은 대단한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A할수록 B진다.”라는 형식을 가진 모든 문장을 표준화된 형식으로 바꾸어서 다룰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단지, C와 E에 들어가는 단어만 바뀔 뿐입니다. 지문에 나오는 어휘들은 대부분 학술적인 용어들이라서 우리가 모르는 단어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적성시험의 목적은 지식의 측정이 아니라 학습 능력의 측정이기 때문에 지식 자체가 아니라 지식을 모델링하는 능력이 중시됩니다. 물고기보다 물고기 낚는 법이 더 중요하다고 비유할 수도 있겠습니다.


인과적 관계를 나타내는 중요한 구문으로 “A에 따라 B가 달라진다.”라든가 “A하면 B해 진다.” 등도 있습니다. 이 때 원인은 A가 되고, 결과는 B가 됩니다. 예를 들어 “운에 따라 도덕적 평가가 달라진다.”라는 문장의 의미는 운이 도덕적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C⇒E는 수단과 목적을 나타내기 위해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목적을 달성하게 하는 수단은 유효한 수단입니다. 이런 경우에 수단과 목적은 인과 관계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A하기 위해서 B한다.’라는 문장에서 A가 목적이고 B가 수단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A하기 위해서 B해야 한다“라든가 ”A하려면 B해야 한다.“와 같은 문장은 어떨까요? A가 목적이고 B가 수단인데, 이 때 B는 필요조건으로서의 수단이 됩니다. 또는 B는 A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Condition)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만일 B라는 조건이 달성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A도 달성되지 않을 것입니다. 즉 ~B라면 ~A가 될 것임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C⇒E 모델링으로 문장 (2)를 모델링해 볼까요?


(2) 개연성이 높기 위해서는 비교 대상 간의 유사성이 커야 한다. (수능)(2)는 다음과 같이 모델링할 수 있는데, 만일 유사성이 크지 않다면 개연성이 높지 않을 것임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이제, D→C를 살펴볼까요? D→C에서 D는 근거이고, C는 결론을 말합니다. 근거와 결론을 묶은 말뭉치를 논증이라고 부르니, D→C란 곧 논증 구조입니다. 논증에서 근거를 ’전제‘라고도 부릅니다.






D→C는 C⇒E와 조합하여 다음과 같이 모델링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목적을 위해서 어떤 행위를 하면 순기능이 있을 수 있지만 한계나 역기능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계나 역기능이 있다면 이를 해결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A하려고 B하면 C도 초래된다. 따라서 D해야 한다.“라는 문장은 다음과 같이 모델링됩니다.






자, 그럼 이제 언제 C⇒E를 쓰고, 언제 D→C를 쓰는지 궁금하겠지요? 우리는 보통 진술을 사실과 의견으로 나눕니다. 이는 이유를 구분할 때에도 사용됩니다. 어떤 현상을 객관적으로 설명할 때, 어떤 현상의 이유를 보통 원인이라고 하고, 주관적인 성격이 강한 주장의 이유를 근거라고 합니다. 이 둘의 경계선이 뚜렷한 것은 아닌데, 애매할 때에는 C⇒E를 쓰든 D→C를 쓰든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과학 지문에서는 객관적인 C⇒E가 많이 쓰이겠습니다만 가설을 도출할 때에는 D→C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CDE로 모델링하는 것의 기능은 무엇일까요? 바로 글을 정확하고 빠르게 이해하게 해 주고, 정확하고 빠른 추론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글을 읽을 때 속도가 느린 이유는 작업기억의 한계 때문입니다. 낯선 단어가 많이 나오면 작업기억의 많은 부분이 기억에 할당이 되고, 그 결과 처리에 할당된 영역이 줄어들어 정보의 처리에서 실수가 발생하고 속도도 느려집니다. 따라서 훈련을 통해 처리를 자동화하는 것입니다. CDE모델링을 자주 하다보면 처리가 자동화되어서 실수를 줄일 수 있고, 또 처리속도도 빨라집니다. 이를 CDE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여러분의 정보 처리 속도를 높이는 것이 CDE의 기능입니다. 익숙해지면 굳이 손으로 일일이 쓰지 않더라도 마음속으로도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2017년 4월 9일 일요일

EBS 수특 오류

모의고사 출제를 위해서 EBS 수특을 살피다 보니,
EBS 수특 249쪽에 <한서 율력지>가 다음과 같이 인용되어 있다.
"한서 율력지에 거서 즉 검은 기장 알갱이 중 중간 크기의 것을 골라서 10 알갱이의 너비를 1척으로삼은 자를 만든 후, 대나무를 사용하여 9척 길이의 황종척을 만들어 12율의 기본이 되는 황종율관을 만든다."라는 기록이 있다.

EBS 수특 교재에 따르면 기장 10개의 너비가 1척이다.
그러나 황종척이면 한 척인데 9척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9척이면 180cm가 넘는데 율관(피리)의 길이로는 너무 길지 않은가?

황종관 지문은 2009년 예비 LEET에서도 나왔는데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1알을 1푼(分)으로, 10알을 쌓아서 1치(寸)하는 법식으로 해서 9치를 황종관의 길이로 정하니 90푼이다. 여기에 1치를 더해서 황종척의 길이로 정했다."

EBS에 따르면 황종척은 9척이고, LEET 지문에 따르면 황종척은 한 척이다.
또한 EBS에 따르면 기장 10알의 너비는 1척이고, LEET 지문에 따르면 1치(촌)이다.

어느 쪽이 옳은 것일까?

논문에서 한서 율력지를 확인해 보니 다음과 같다.



근거자료 : 이종봉, 한중일 고대시기 도량형제 비교 연구

EBS 수능 특강 지문에 오류가 있다.

다른 자료들도 함께 찾아보며 확인해 보니,
기장 1개의 너비는 1분(푼), 기장 10개의 너비는 1촌, 기장 100개의 너비가 1척(황종척)이다.

즉, 황종척은 1척이지 9척이 아니며 검은 기장 10알의 크기는 1촌(치)이지 1척이 아니다.
따라서 이에 근거해서 출제한 250P의 2번도 오류인 셈이다.
2번을 보면 황종율관도 9척이라고 되어 있는데, 9치라고 해야 맞다.
EBS에서는 황종척도 황종율관도 모두 9척이라고 하고 있는데,
황종척은 1척이고, 황종율관은 9치(90푼)이다.

이런 사실은 인터넷을 10분만 뒤지면 확인할 수 있다.
EBS 수특은 지금 거의 국어 교과서 대신 사용되는 책이나 다름 없는데도 검수가 참 아쉬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