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9일 목요일

18번 오류



안녕하세요. 이원준입니다.
3월 학평 보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어제 오르비에서 3월 학평 관련해서 제가 출제오류를 지적할 거라는 유머글을 보고 빵 터져서 웃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설마...4년 연속으로..."라고 생각했고 그런 일이 없길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3월 학평 국어 문제를 풀어보니 좋은 문제들이 있더군요.
특히 EBS 기준으로 오답률 1위인 36번 문제는 걸작이더군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답률 2위인 18번 문제는 출제 오류가 있는 듯 합니다.
고민을 많이 하면서 자료도 찾아보고, 경제학 전공자와도 함께 이 문제를 검토해 보았습니다.
아직 서울시 교육청에 이의제기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음 내용을 읽어보시고 댓글로 여러분의 의견을 들려주시면 반영해서 
이의제기 여부와 방향을 결정하겠습니다.


2017학년도 3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문제 18번 (이후 18번)에 대한 이의제기
1. <보기>의 그림 관련
본 문제의 지문에서 “독점 시장에서는 한계 비용과 한계 수입이 같아지는 지점에서 생산자가 생산량을 결정하고, 가격은 그 생산량과 수요 곡선을 고려하여 결정한다.”라고 하므로 18번 그림과 같은 “유일한”(=독점)인 경우 이부가격설정을 하지 않는다면, 즉 기본요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면 통신사는 한계수입과 한계 비용이 일치하는 점에서 생산량을 결정하고 그 다음 생산량과 수요 곡선을 고려해서 가격을 결정해야 합니다. 

18번 문제 <보기>에는 지문의 <그림>과 달리, 한계 수입 곡선이 그려져 있지 않은데 그 이유는 (1), (2)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1) 수요곡선이 한계수입곡선과 같은 경우.
이 경우라면 18번 <보기>의 가격 P와 통화량 Q는 독점통신사가 잉여를 극대화하기 위해 설정한 가격과 판매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요곡선과 한계수입곡선이 같다는 가정은 지문의 그림과 설명을 고려할 때 매우 무리한 가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한계수입곡선이 생략된 경우.
이 경우라면 지문의 이부가격설정과 연결지어 P와 Q점은 “독점 시장에서 기본요금(이부가격)이 설정된 다음의 생산량과 가격”인 상황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보기>의 설명에서는 ‘기본요금을 부과하려고 한다’라고 하고 있어서 <보기>의 그림(부과 후)과 설명의 시제(부과 전)가 다르기 때문에 혼동이 우려됩니다. 주의할 점은 <보기>에서 “통화료를 P로 할 경우에 Q만큼의 소비를 예상하였다.”라는 문장에 근거하여 기본요금을 부과하지 않을 경우에도 통화료가 P라고 오해하는 것입니다. 지문에 따르면 기본요금을 부과하지 않을 때의 생산량은 “한계 비용과 한계 수입이 같아지는 지점에서” 결정되는 것이지 ‘한계 비용과 수요’가 같아지는 지점에서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결 : (1)이 워낙 무리한 가정이기 때문에 (2)의 해석이 적절합니다.


2. 선지 관련 : 한계수입곡선이 생략된 것으로 <보기>의 그림을 이해하고 설명합니다.

선지 ①의 경우 지문의 설명대로 한다면, 기본요금을 부과하면 수요곡선과 한계비용곡선이 만나는 E점에서 생산량이 결정되고, 지문에서 언급한 대로 “시장 가격을 임의의 수준으로 결정할 수 있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 생산자는 소비자 잉여를 생산자의 이윤으로 흡수하기 위해 이부가격을 설정”하는 것이므로 독점생산자의 생산자 잉여는 최대 baE가 됩니다. 왜냐하면 소비자 잉여를 생산자 잉여로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를 사다리꼴 OaEQ에 해당한다고 한 선지 ①도 틀린 선지이긴 하지만, 이를 PbE에 해당한다고 설명한 해설도 소비자 잉여의 흡수로 인한 생산자 잉여의 증가를 고려하지 않았으므로 적절하지 않습니다.

선지 ④의 경우 한계수입곡선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통신사가 생산량을 결정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수입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해설은 가격이 P라고  가정하고 있는데, 이는 기본요금이 부과되었을 때의 가격이므로 적절한 해석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문에서 독점 시장에서 기본 가격을 부과하지 않는다면 생산량이 줄어들어서 가격(통화료)도 P보다 높은 Pm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지 ⑤의 경우도 한계수입곡선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통신사가 생산량을 결정할 수 없고, 가격도 결정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소비자 잉여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 선지의 해설도 독점 시장에서 기본 가격을 부과하지 않았을 때의 통화료를 P라고 가정하고 있으므로 부적절합니다.

3. 결론
선지 ①이 틀린 선지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선지 ④, ⑤도 틀린 선지이므로 결국 18번 문제의 정답은 세 개입니다. 또한 교육청이 제시한 해설은 ①,④,⑤가 모두 부적절합니다. 

이상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여러 소중한 반론들도 경청하였습니다.
반론의 요지들은 <보기>에서 기본요금 부과 전의 통화료가  반드시 P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P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익 극대화 조건을 무시한다면 기본요금 부과 전의 통화료가 P일 수도 있다는 점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파악하기로 모든 반론자들은 통화료가 P가 아닐 수 있다는 점에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주장을 삼단 논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저는 (1)과 (2)가 참이라면, 즉 선지 ④와 ⑤가 각각 기본요금 부과 전의 통화료가 P라고 전제하고 있으며
기본요금 부과 전의 통화료가 P가 아닐 수도 있다면 
선지 ④, ⑤는 거짓이라는 것이 연역적으로 도출되는 결론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반론을 해 주실 때에는 보다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서 
이 삼단 논법을 구체적으로 반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