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8일 월요일

메르스 3차 감염 존재하나?

이원준입니다.
요즘 메르스 때문에 걱정이 많으시죠?
지난 주 부산에서 국어콘서트를 할 때 한 분이 기침을 하셨어요.
5초간 정적이 흐르고 수 백명의 시선이 그 분께 몰렸었습니다.
하지만 메르스 바이러스는 호흡기관지 깊은 곳에 있기 때문에 기침으로는 나오지 않습니다.
MERS-CoV which infects the deeper areas of the lung, is not coughed out.
(네이처 기사 중)
강연 중에 이 말을 할까말까 하다가 넘어갔는데 이제 글을 쓰네요.
그런데 언론보도 프레임은 메르스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듯 합니다.
물론 위험은 불확실한 면이 있기 때문에 조심하는 것이 좋고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왜곡된 인지를 바로잡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발생한 메르스 환자 64명이 전부 의료기관 내 감염이라는 뉴스는 잘 전파되지 않고 있어요.
보도시 설정된 프레임이 긍정적일 때보다 부정적일 때 대중들이 주목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정보원과 전달자들은 위험을 과장해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쉽게 말해서 언론사들도 경쟁 중이기 때문에 위험을 과장하는 자극적인 내용으로 기사를 낼 가능성이 큽니다.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지난 5일 온라인 기사에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을 일으켰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 간 감염이 쉽게 이뤄지도록 진화했지만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는 그렇지 않다. 한국 내 확산 패턴에는 현재까지 특별한 게 없다”며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을 일축했다. 네이처는 “메르스는 사람 간에는 드물게 감염되지만 병원 같은 환경에서는 좀 더 쉽게 감염될 수 있다”면서 한국의 메르스 발생이 대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현재 한국에서 발생한 메르스 환자 64명은 모두 의료기관 내 감염이다.
(6월 8일 경향신문)

네이처에 찾아가서 그 기사를 읽어봤습니다.
http://www.nature.com/news/south-korean-mers-outbreak-is-not-a-global-threat-1.17709
South Korean MERS outbreak is not a global threat
The largest outbreak of the MERS coronavirus outside the Middle East is no different to previous outbreaks in the way that it spre...
www.na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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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대립적으로 보자면 병원과 병원이 아닌 곳은 감염이 가능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삽관이나 석션 등을 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입자가 공기 중에 많고
병원이 아닌 곳에서는 바이러스 입자가 공기 중에 많이 없는 것이겠죠.
메르스 바이러스는 호흡기관지 깊은 곳에 있기 때문에 기침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MERS mainly spreads in hospitals

Though MERS-CoV is not considered a human virus, there is one place where it sometimes behaves like one: hospitals. In these settings, medical procedures on an undiagnosed patient, for example to aid breathing, can generate aerosols from the lungs that contaminate the area and infect people nearby with the virus. Otherwise, MERS-CoV which infects the deeper areas of the lung, is not coughed out. In this outbreak, the source developed flu-like symptoms and a cough on 11 May, but was only diagnosed and isolated on 20 May. This created a time window during which no special infection-control precautions were taken, which explains how he transmitted the infection. That he was treated at four different health facilities before he was diagnosed multiplied the risk of infection.


만일 병원 밖 감염이 발견된다면 경고음이 울리는 셈이지만 아직까지는 한국에서 병원 밖 감염은 없었다고 합니다.
Were cases springing up around South Korea outside of hospital settings, that would be cause for alarm — but they are not.
네이처에 따르면 한국에서 메르스 환자수가 많은 이유는 당국이 무능하게 대처해서가 아니라 반대로 철저하게 검사해서 다른 나라에서는 발견되지 않았을 경미한 환자들까지 찾아냈기 때문인 듯 하다고 합니다.

This outbreak is not that big
"The number of those infected in the South Korean outbreak is also likely to be inflated because the authorities have comprehensively tested contacts for virus, and so have probably picked up many mild cases that may have gone undetected in past hospital outbreaks."

WHO 홈페이지에서도 다음과 같이 메르스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감염되는 바이러스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3차 감염이 보고된 바 없다는 것이 현재 WHO의 입장입니다.
Human-to-human transmission: The virus does not appear to pass easily from person to person unless there is close contact, such as providing unprotected care to an infected patient. There have been clusters of cases in healthcare facilities, where human-to-human transmission appears to be more probable, especially when infection prevention and control practices are inadequate. Thus far, no sustained community transmission has been documented.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념에 대한 합의된 정의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자들은 개념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게 하고 기사를 쓰지 않기 때문에 오보를 쏟아내곤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바로 잡을 수도 없구요.

최근 각종 언론에서는 메르스 3차 감염이 일어났다고 난리인데 기자들이 '3차 개념'의 정의를 잘못 알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3차 감염이란 순서에 대한 개념이 아닙니다.

병원 내에서 감염이 5명까지 넘어갔다 하더라도 그것을 3차 감염으로 분류하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인터넷에는 정부가 4차 감염을 숨기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등장하는데 웃긴 일입니다.

1, 2 ,3차 감염은 선후개념이라기보다는 대소개념에 해당합니다.

1차 감염은 초발환자,
2차 감염은 병원이나 가정 내 가족이나 의료진의 감염,
3차 감염은 병원이나 가정 밖 지역사회 전파를 말합니다.

2차 감염3차 감염
대소 관계병원이나 가정 내 감염병원이나 가정 밖 감염
선후 관계두 번째로 전파된 환자(X)세 번째로 전파된 환자(X)

즉 병원이나 가정 내에서 감염된 것은 3차가 아니라 2차 감염에 해당합니다.
병원이나 가정 밖에서 감염되어야 3차 감염이 됩니다.

2차 감염과 3차 감염을 나누는 이유는 밀접한 접촉이 없어도 감염이 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미 메르스 바이러스는 3차 감염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전세계적으로도 3차 감염은 발생한 바가 없습니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주로 감염되고 가정 내 감염도 거의 일어나지 않아요.
왜냐하면 기침으로는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죠.

따라서 외국에서는 병원 내에서 5명까지 추가 감염자가 발생한 사례가 있지만
병원 내 감염이기 때문에 3차 감염자로 분류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3차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말하는 것은 상당히 웃긴 일입니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라도 사스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강해서 3차 감염자가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 어학연수를 갔다가 돌아왔던 저도 1달간 자가격리 당했었어요.
​하지만 메르스 바이러스는 3차 감염자가 2012년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어요.
만일 추가 감염자를 3차 감염자라고 부른다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벌써 10차 감염자까지 나왔겠죠.

아래 뉴스를 살펴보면 의사들은 '3차 감염'을 '지역사회 전파' 라고 정의하고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우리나라에는 3차 감염자가 없다는 것이 의사들의 일관된 의견입니다.

"3차 감염, 정확하게 말한다면 sustained community infection(지역사회 전파), 즉 유지되고 있는 그러니까 지역사회 전파가 보고된 사례는 없다. 3차 감염은 발생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지역사회 이전에 우리가 관리하고 있는 1차 초발환자에서 다음으로 넘어가는 2차에서 끊는 것이 목표다. 3차 감염이 없게끔 전사적으로 달려들어 최대한의 조치를 하겠다."(권 국장)

"지금까지 나온 우리나라 감염자들 모두가 2차 감염자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지난 15일자 '위기평가서'에 따르면 메르스 바이러스가 2차 감염에서 3차 감염, 그리고 지역사회로의 감염을 일으킨 적이 없다고 나와 있다."(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

"이론적으론 가능하다. 걱정되는 것은 2차 감염 격리자들이 계속 돌아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켜 격리 대상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아직까지 지역사회로 번질 우려를 할 단계는 아니지만 가능성은 있다. 3차 감염 환자가 발견되면 그때부터 범위가 커질 것 같다. 어떤 신종 감염병이든 환자를 빨리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경희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손준성 교수)

"메르스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아 감염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3차 감염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중국으로 출국한 감염환자가
당국의 통제에 벗어나 무방비로 노출됐기 때문에 이전보다는 우려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한림의대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


(출처 :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50530_0013696768&cID=10202&pID=10200
)


즉, 엄밀하게 말하면 한국에는 병원 밖 감염, 즉 3차 감염자가 없습니다.
의사들이 지역사회 감염자, 즉 3차 감염자가 없다고 말해도 기자들은 3차 감염자 발생이라고 막 기사를 송고해 버립니다.

처음에 당국과 의사들이 '3차 감염이 발생하면 위험하다'라고 말했기 때문에
기자들 입장에서는 '추가 감염자 발생'이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3차 감염자 발생'이라고 송고했을 때, 더 센 마빡(제목)이라서 데스크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 때 의사들이 엄청 화를 내면서 "헛소리 마~!"라고 소리 질렀다면 금방 사라졌을텐데
감염내과 전공이 아닌 의사들은 자기 전공이 아닌 면에는 자신이 없기 때문에 어리버리하게 그냥 지나가 버렸어요.
말을 다듬어야 할 국립국어원 사람들도 과학 지식이 없기 때문에 잘못된 어휘가 사용될 때 개입하지 못했습니다.
(문이과를 나눠 교육한 유일한 나라의 폐해인가...)
그래서 이제는 잘못된 정보가 퍼져서 그야말로 '괴담'이 되어 버린 셈입니다.

이제와서 의사들이 당황해서 오해를 바로 잡기 위해서 지역사회 전파가 없다고 말해면
기자들은 3차 감염자는 있지만 지역사회 감염자는 없다고 변명하면서 낙관론을 펼친다고 비판해 버립니다.

그러면 다른 나라에는 3차 감염자가 없는데 왜 한국에서만 3차 감염자가 발생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
'바이러스 변이설', '한국인 유전자 취약설' 등의 소설을 써 버립니다.
인간과 바이러스의 차이를 아세요?
이항대립적으로 인간은 섹스를 하고 바이러스는 섹스를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유전적으로 다양하고 바이러스는 유전적으로 다양하지 않아요.

메르스 바이러스 변이가 없다는 것은 밝혀졌고 (바이러스 유전자 99.55% 일치)
한국인 유전자 취약설은 늘 그렇듯이 헛소리입니다.
개인 간에 유전적 다형성이 얼마나 큰데 어떻게 한국인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어버립니까?

이번 사태로 인해 '3차 감염'은 '2차 피해'처럼 말의 의미가 오염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대중들은 '3차 감염'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고 이 말을 사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4차 감염이란 개념 자체가 없어요.
뉴스를 잘 읽어보세요. 4차 감염이라는 단어는 주로 기자들이 씁니다.
의사들은 '4차 감염'이라는 이상한 단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요.
어쩔 수 없이 설명하기 위해 쓰는 경우는 있을지 몰라도 4차 감염이라는 말은 기자들의 창작입니다.

생전 처음 듣는 '4차 감염'이라는 단어를 다들 원래 있던 단어인 양 사용하는 굉장히 기괴하고 신기한 상황입니다.
네이버에 기간 설정을 해서 검색해보니, 2015년 5월 26일 이전에는 4차 감염이라는 단어가 네이버 뉴스에서 검색되지 않습니다.

3차 감염을 둘러싼 혼란은 사람들이 선후관계와 대소관계를 혼동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칸트 범주론에서 개념을 양,질,양태,관계로 나누고 관계로는 선후관계와 대소관계가 있습니다.
예전에 윤진숙 장관이 억울하게 공격당할 때
1차 피해자와 2차 피해자가 대소개념이 아니라 선후 개념이라는 것을 제가 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무슨 사건이냐면 윤진숙 장관이 유조선-송유관이 충돌해서 기름이 흘렀을 때 2차 피해자인 어민들을 돕겠다고 했는데
이때 2차 피해란 두 번째로 발생한 피해를 의미했었습니다.
그런데 기자들이 어민들이 입은 피해가 '작다'라고 폄하했다며 공격했었습니다.
이런 일이 한번 발생하고 나면 '2차 피해'라는 말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됩니다.

[사회] "2차 피해자는 어민" 발언이 틀렸나요?
안녕하세요. 이원준 강사입니다. 우리 사회는 범주를 구분하는 논리적 사고에 약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윤진숙 해수부 장관이 2월 5일 당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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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피해2차 피해
대소 관계큰 피해( X )작은 피해 (X)
선후 관계처음 입은 피해 (O)그 다음에 입은 피해 (O)
이번에 오보낸 기자들 전부 제 강의 들으세요~!
아래 나온 기사들 전부 오보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요구되는 글쓰기와 글읽기는 미사여구를 쓰고 읽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단어를 사용하고 이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소관계와 선후관계를 혼동하고 있다면 심각하게 반성해야 합니다.






아래는 메르스 환자 64명의 리스트입니다.
B병원이 평택성모병원이고, D병원이 서울삼성병원이라는 것은 이미 보도된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병원 내 감염에 대해 한 마디 하고 싶습니다.
외국에서 지적하듯이 가족들이 병원에 꼭 찾아가서 간병하는 문화가 메르스 전파에 기여한 것이 사실입니다.
대형병원 병실들에 들어가면 대부분 가족들이 찾아와서 간병을 합니다.
또 그러지 않으면 섭섭해하는 것이 우리들의 문화입니다.
그러나 병원은 감염이 잘 되는 위험한 공간입니다.
따라서 외부인들의 출입이 잦으면 환자들에게도 위험하고 위부인들에게도 위험합니다.
앞으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병원 내 감염이 확산되지 않도록 간병 문화가 개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들이 간병하지 않아도 되도록 의료체계가 갖춰져야하겠구요.

대한민국 국어교육에 개혁이 필요한 것도 보다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