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6일 금요일

[100회 특집] 정보처리적 읽기(1) - 칸트의 범주표

안녕하세요. 이원준입니다.

오늘 휴강이라 서점에 가서 독서 관련 책들을 살펴보니 '사건의 구조(event structure)'나
'범주(category)'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책이 없어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정보처리적 읽기'에 대해서 소개한 책이 없네요.
그런 이유로 논리톡클 100회를 기념해 '정보처리적 읽기'라는 주제로 연재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접하는 무한한 사건과 사태를 개념화하는 방식에는 규칙성과 체계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가위로 종이를 오려서 여러가지 모양을 만들듯이 사람은 단어로 세상을 잘라서 바라봅니다.
학술적인 표현을 쓰자면 연속적인 세상을 분절적인 세계로 추상화해서 바라보는 것이지요.
정보처리학에서 이 세상을 추상화하는 표준화된 방법이 '온톨로지'(ontology)입니다.
온톨로지는 '존재론'이라고 번역됩니다.

아래 그래프는 온톨로지의 한 예입니다. 제 강의를 들으신 분들은
강의시간에 제가 하는 필기와 형태가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출처 : http://semix2.tistory.com/333

저는 치전원 1,2학년 때 보건복지부 산하 EHR(전자의무기록) 개발팀에서 연구원으로서 근무하면서 온톨로지를 연구했었고
이에 대해 석사 논문을 쓰고 졸업했어요.
MEET나 LEET, 수능은 모두 '정보처리적 읽기'를 강조합니다.
저는 정보처리적 읽기를 위해 온톨로지를 '이항대립'이란 이름으로 언어 강의에 도입했습니다.
1,2학년 때 학비는 온톨로지 연구로 벌고, 3,4학년 때 학비는 온톨로지를 이용한 강의로 벌었으며
온톨로지를 이용해서 졸업논문까지 썼으니 온톨로지는 제게 정말 고마운 존재입니다.

사건의 구조와 언어의 의미 구조는 서로 대응됩니다.
따라서 사건의 구조를 이해하고 나서 그에 대응하는 텍스트를 읽으면 의미가 쉽게 이해가 됩니다.
온톨로지는 이 세상을 개체,속성,관계로 나눠서 보는데
그 철학적 기원을 올라가보면 칸트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더 올라가보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나옵니다)

이 세상을 나눠서 보는 방법이 '범주'(카테고리)입니다.
범주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칸트의 범주인데
참 안타까운 일이 하나 있습니다.

수학자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아시나요?
수학의 3대 난제 중 하나인데 페르마가 증명방법을 쓰지 않아서 300년간 수학자를 괴롭혔죠.
"“나는 이 명제를 위한 정말 멋진 증명을 알고 있는데, 여백이 좁아 기록할 수 없다.” (페르마)
​정말 얄밉지요?

그런데 칸트도 페르마 못지 않게 얄미운 짓을 했습니다.
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12개의 판단형식으로부터 12개의 범주를 연역했다고 한 후에
구체적으로 이 범주가 어떻게 판단형식으로부터 연역된 것인지를 쓰지 않아 후대의 철학자들을 괴롭혔습니다.





칸트 : 안 알랴줌.




후대 철학자 : 엉엉엉엉


아무튼, 칸트가 <순수이성비판>에서 제시한 12개의 판단형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네 항목 밑에 각각 세 개의 판단형식이 들어 있습니다.




분량
전칭판단
모든 AB.
모든 사람은 죽는다.’
특칭판단
어떤 AB.
어떤 사람은 학생이다.’
단칭판단
AB.
마르크스는 철학자이다.’
긍정판단
AB.
‘쾰른의 돔은 높다.’
부정판단
AB가 아니다.(계사부정)
'영혼은 죽지 않는다' (칸트는 이런 판단을 단순히 죽는 것을 부정하는 것으로 여김. 죽는 영혼은 없다로 해석됨)
무한판단
A는 ~B이다.(술어부정)

현대논리학에서 무한판단은 긍정판단의 한 종류로 여겨짐.
'영혼은 불사이다'
(칸트에 따르면 이 판단은 단순히 영혼이 죽지 않는다는 판단보다 더 적극적으로 반대개념인 불사를 주어에 부여함. '영혼은 죽지는 않는 것이다' 또는 '죽지는 않는 영혼이 있다'로 이해할 수 있으므로 영혼과 결부될 수 있는 술어가 특정 영역은 배제되지만 무한하게 된다.가사적인 것이 배제되었기 때문에, 즉 가능한 술어가 무한한 동시에 제한되었기 때문에 '무한판단'에서 '제한성'의 범주가 도출된다.)
정언판단
AB.
마르크스는 철학자이다.’(주어와 술어의 관계)
가언판단
만일 AB, CD.
만일 눈이 온다면 버스가 끊길 것이다.’
선언판단
AB거나 C거나 D이다.
꽃이 피거나 피지 않을 것이다.’
개연판단
AB일 수 있다.
우주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
실연판단
AB.
지금 비가 온다.’
필연판단
AB이어야 한다.
‘5+712어야만 한다.(5+7=12)’


출처 : http://laigun.tistory.com/25 (예문을 일부 변형하고 주석을 추가함)

그리고 이 12개의 판단형식으로부터 연역된 12개의 근본적이고 선험적인 범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분량(양) - 많고 적음
전체성, 다수성, 단일성

(2) 성질(질) - 유무 또는 여부
실재성, 부정성, 제한성

(3) 관계
실체성(지속성), 인과성(후속성), 상호성(동시성)

(4) 양상
가능성, 현존성, 필연성



위대한 칸트마저도 이 12개의 범주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살짝 피해갔습니다.
그리고 이 범주표는 철학사에서 논의의 여지가 많아 종종 비판받기도 합니다.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비판은 이 12개의 범주만으로는 세상을 추상화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영향력은 상당히 큽니다.

예를 들어 '이원준은 치과의사이다"라는 문장을 살펴봐요.
이원준은 유일한 존재이므로 위 문장은 '단칭판단'입니다.
단칭판단은 범주적으로는 '단일성'을 필요로 합니다.
즉 이원준이 정말 하나밖에 없는 존재인지를 확인해야 하는 것입니다.

'어떤 치과의사는 스타강사이다'라는 문장을 살펴봐요.
이때, 판단은 익명의 존재를 다루므로 '특칭판단'입니다.
그리고 특칭판단은 범주적으로는 '다수성'을 필요로 합니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라는 문장은 인간 집합 전체에 대해 언급하므로
'전칭판단'이며 범주적으로는 '전체성'을 필요로 합니다.

이런 식으로 모든 판단에는 근본 개념이 숨어 있습니다.
이를 범주라고 하는 것이지요.

이런 범주를 파악하는 것은 결국 이 세상을 추상화하는 사고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기 때문에
범주를 이해하는 것이 언어의 의미 구조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 됩니다.
제가 치전원을 다니면서 했던 온톨로지 관련 업무는 해부학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용어들을 온톨로지로 정리하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러한 데이터베이스는 나중에 전자차트개발에 사용되었지요.
온톨로지 기반 전자차트는 이 세상의 객관적 구조를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컴퓨터를 이용한 추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구글에서도 이러한 온톨로지 기반 기술을 이용해 인공지능에 기반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요.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주에는 정보처리적 읽기(2)로 비트겐슈타인의 '그림이론'에 대해 다룰게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덧글로 물어봐 주세요.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빕니다.




2014년 12월 19일 금요일

던파로 논리를 배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준입니다.


'추가와 증가'를 검색하다가 루리웹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발견했습니다.
http://bbs1.ruliweb.daum.net/gaia/do/ruliweb/family/636/read?bbsId=G001&articleId=6871986&itemId=2230


던전앤파이터(던파) 게임에 대한 글인데 정말 명문이니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위 글을 쓴 분이 만일 수능영어 출제에 들어갔다면 수능영어 25번 출제오류를 막았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수능영어 25번이 복수정답처리된 것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정답은 4번인데 5번도 틀린 것으로 드러나 전원정답처리되었습니다.
왜냐하면 2%에서 20%가 된 것은 18% 증가(increase)된 것이 아니라 18%가 추가(add)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증가는 존재하던 것이 늘어나는 것으로 양적변화이지만, 추가는 존재하지 않던 것이 생겨나는 것으로 질적 변화입니다.
위의 루리웹 글에 잘 나와있다시피 퍼센트에서 증가는 곱하기로 계산하고 추가는 덧셈으로 계산합니다.
단, 두 퍼센트 간의 산술적 차이를 나타내는 퍼센트포인트(%포인트)가 사용되었을 경우에는 덧셈으로 계산한다는 규약이 있습니다.


즉 2%에서 20%가 된 것은
(1) 10배가 되었다.
(2) 900%가 증가했다.
(3) 18%P가 증가했다.
(4) 18%가 추가되었다.
라는 네 가지 표현 방법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출제한 대학교수님들은 평상시에 추가/증가의 차이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지 않았을 것입니다.
반면 루리웹에서 게임하는 사람들은 추가/증가의 차이를 고민해본 것이지요.


논리력은 학력이나 연령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얼마나 생각을 많이 해봤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입니다.




이번 수능 국어 A형에서 가장 많은 학생이 틀린 11번 문항도 양적변화와 질적변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기+어=[기여]가 되는 현상은 없던 것이 생겨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라지는 탈락이나 줄어드는 축약은 답이 될 수 없고 더해지는 첨가만이 답이 될 수 있습니다.


비슷한 문제는 당연히 리트 시험에도 존재합니다.





2013학년도 LEET문제입니다.
태조는 봉쇄했습니다. 봉쇄란 새어나가지 않게 완전히 막는 것입니다.
태종은 기회를 부여했습니다. 이제 이전출신 지방수령이 존재하지 않다가 존재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양화'와 '확대' 중에서 어떤 단어가 더 적절할까요?
답은 '다양화'입니다. 왜냐하면 '확대'는 '증대'와 마찬가지로 양적변화로서 전에 존재하던 존재에게만 쓸 수 있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전에 없던 새로운 종류가 생기는 것이라면 질적변화인 '다양화'가 맞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것을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이 됩니다.







비판적-창의적 사고력의 한 요소인 '분석'은 단어를 구성 성분으로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을 물어봅니다.
단어들 간의 관계를 리트의 창시자이시며 수능출제에 관여하셨던 민찬홍 교수님은 워드맵(wordmap)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워드맵을 가르치면서 제가 느꼈던 점은 학생들이 굉장히 낯설어하고 힘들어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던파'를 하는 학생들은 추가/증가의 구분이 전혀 괴롭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요?
학생들에게 '던파'는 친숙하지만 '아전출신지방수령'이나 '모음변동'은 낯설고 생소하기 때문이지요.
고등학생들 설문결과를 보면 고난도 문항은 지문내용이 생소하거나 어렵다고 48%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연관성이 적다고 16.8%가 생각합니다. (김소현, 2014)


하지만 비판적-창의적 사고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내용'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입니다.
'추가/증가'의 차이는 그 대상이 던파든 수령이든 모음이든 다를 바가 없다는 말입니다.
생소한 내용이 나오더라도 절대로 주눅들 필요가 없습니다.
호랑이에게 물려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하잖아요.
완전 처음 보는 내용이 나와도 지금까지 교양을 쌓지 않았던 삶을 후회하는 대신에
게임에서 배웠던 내용이라도 응용해서 발버둥치면 풀리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수능 국어와 리트 언어이해는 '적성평가'이지 '사실적 지식평가'가 아닙니다.
과학(science)는 다 그 대상이 있기 때문에 나뉘어진 학문이라서 과학(科學)입니다.
그러나 논리학은 메타(meta)학문으로서 특별한 대상이 없으면서 동시에 모든 것이 대상인 통합학문입니다.
비판적-사고력 시험에서는 생소한 지문이 나와도 머리가 하얗게 되어서 당황하지 말고 계속 머리를 굴리면 답은 의외로 쉽게 나옵니다.


적성시험 출제위원들은 시험의 요소를 '논리적 요소'와 '비논리적 요소' 두 가지로 나눕니다.
출제위원들이 물어보려는 것은 '논리적 요소'입니다.
추가/증가의 차이 같은 것은 논리적 요소이므로 계속 반복되어서 출제됩니다.
반면 제재는 비논리적 요소이기 때문에 겹치지 않도록 매년 바꾸는 것입니다.


마무리로 퀴즈를 하나 내겠습니다.
사람이 죽는 것을 '소멸했다'라고 하지 않고 '왔다갔다'라고 합니다.
두 단어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논술을 배우면 수능 국어 점수가 올라갈까?

안녕하세요. 이원준 강사입니다.

최근 교총에서 수능을 학력고사로 바꾸자고 주장을 한 바 있습니다.

   
   
"한국교육단체 총연합회 (교총)은 수능은 문제은행식 국가기초학력평가로 전환해서 현재 능력에 대한 사실적인 지식 위주의 기초능력 평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통합적 사고력은 내신과 학생부로 측정하고, 전공교수 중심으로 면접을 시행해 학생의 미래잠재력을 측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출처 : http://www.nocutnews.co.kr/news/4332645)

 
   


이는 시대를 역행하는 발상이며 교육수요자보다는 교육공급자의 이익을 위해서 교육하겠다는 것입니다.
수능의 아버지 박도순 교수에 따르면 수능을 학력평가로 되돌리는 것은 수능을 망가뜨리는 것이고 학과 이기주의에 굴복하는 것입니다..

   
   
"박도순 교수 : 수능이 이렇게 망가질 줄이야...수학능력시험이 처음에는 말 그대로 교수와 학생 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능력, 그리고 학문을 하는 데 꼭 필요한 논리적 사고력, 이런 것 중심으로 생각을 했기 때문에 처음에 나왔을 적에는 아마 생소한 용어지만 탈교과적, 범교과적인 출제원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비판적 사고력 교육의 본고장은 미국입니다. 미국에서 비판적 사고력 교육이 본격화된 것은 1983년부터입니다. 미국 정부는 <위기에 처한 국가: 국가 교육 개혁의 특명>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발간하였는데, 이 보고서는 읽기(reading), 쓰기('riting), 산수('rithmetic) ‘3R’에 집중된 커리큐럼에서 추론(reasoning) 교육을 보완하여 ‘4R’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이후 비판적 사고력 폭발이라고 명명할 정도로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비판적 사고력 교육 관련 학회나 조직이 없다보니 비판적 사고력 교육이 별별 수모를 다  당하는 셈입니다.



한 고교 국어 선생님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국어를 학생들이 너무 우습게 여겨서 힘들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수능 국어를 잘 하게 만드는 방법은 숨겨져 있지 않습니다.
교과서 내용을 암기하는 내신 국어 공부보다는 '고급스러운' 텍스트를 '분석적으로' '많이' 읽는 쪽이
수능 국어 성적 향상에 더 도움이 됩니다.
학교 교육을 바꿔서 잘 가르치면 될 것을 수능을 학력고사로 바꾸려고 하니 답답한 노릇입니다.
제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데이터들을 모아봤습니다.


1. 논술은 수능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이영진 선생님의 논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 이영진(2009)논술교육이 수능 성적에 미치는 영향 분석, 청람어문교육 39집

선행 연구 : 이충형(2008) - 상관 관계가 높다, 한지완(2007) - 상관 관계가 낮다.

이 논문의 필자는 사교육 논술 강사가 아니라 경기 부천 중흥고 교사이면서 한국교원대 박사과정에 있는 연구자입니다. 
필자는 자신이 근무하는 중흥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논술 교육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하였고
학생들의 동의를 얻어 학생들의 2009학년도 수능 성적 데이터를 이용하였습니다.

연구자는 수능 성적과 논술 교육 사이의 상관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t -test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p값이 0.05보다 작게 나왔기 때문에 논술 교육과 수능 성적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음이 증명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언어(국어)에 한정되지 않고 전과목에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관찰되었다는 점입니다.
논술 교육을 받은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평균적으로 각 과목당 백분위 점수가 13점(%) 높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상관관계는 유의미하게 나왔지만 해석은 두 가지가 가능합니다.
1) 우수학생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논술을 준비했다.
2) 논술을 학습한 결과 수능 성적이 향상했다.
필자는 1)보다는 2)의 영향이 더 컸을 것이라고 추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후적 연구(retrospective study)이기 때문에 실험군과 대조군이 대등하지 않아서
1)보다 2)가 더 큰 영향을 주었다는 정량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연구자는 논술문을 작성하기 위한 제반 사고력이 수능 시험을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라고 보았습니다.
한편 학생들도 약 48%가 논술이 수능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답해서 부정적인 의견(18%)보다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





2. 현재의 교육과정은 수능 국어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매년 교육부는 교과서에 충실하게 공부하면 수능을 준비할 수 있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전문 연구자들의 의견은 다릅니다. 현재 국어 교과서에는 비판적 사고력이 거의 도입되어 있지 않습니다. 수능은 비판적 사고력을 물어보는 시험이기 때문에 비판적 사고력의 개념과 원리가 부실한 교과서로는 제대로 된 대비가 어려운 것이 당연합니다. 그동안 고등학생들이 국어 교과서를 거의 읽지 않았던 이유는 수능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좀 어렵고 길지만 논문을 한편 인용하겠습니다. 논문은 고등학생이 이해하긴 어려울테니 그냥 건너 뛰셔도 됩니다.
 
김윤정 연구자는 국어 교과서 내에 비판적 사고 프로그램이 활용되고 있는지를 연구해보았고 현재 국어 교과서에서는 비판적 사고 프로그램이 배제되고 있으므로 피셔의 <비판적 사고> (우리 추천도서이기도 합니다)와 같은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어떠한 사실이나 현상에 관해 진위와 가치여부를 따지면서 사고한다는 점에서 비판적 사고는 정보화 사회의 필수적인 사고 방법이 된다정보가 홍수처럼 범람하는 이 시대에 올바른 정보와 그른 정보를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은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요건에 해당하는 것이다이러한 중요성에 의해 서구에서는 이를 프로그래밍화하여 교육에 도입하고 있다. 9요소-9기준으로 체계화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는 그러나 국어 교육의 목적 및 본질과 일치하면서도 그 도식성에 의해 국어 교육 영역에서 경원시된 것이 사실이다또한 비판적 사고 프로그램은 글쓰기 프로그램과 서로 상충한다는 견해에 의해 사고의 영역으로 국한된 채 소개되어 오기도 하였다그러나 비판적 사고는 사고의 기본적인 유형이자 국어 교육의 과정중심적구성주의적 성격 내에 포함되는 것으로서사고력 함양이라는 국어 교육의 실질적 목표 실현을 위한 방법을 제공한다프로그램화된 비판적 사고를 학습하고 훈련할 경우 우리는 어떤 사태에 대해 보다 체계성을 가지고 비판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된다비판적 사고는 시사적인 문제에서부터 다양한 영역의 텍스트 및 현상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전 영역에서 요구되는 사고의 태도이자 방법인 것이다.”
 
 (김윤정, <국어 교육에서의 비판적 사고 프로그램의 활용성 연구, 2013)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합한 방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비판적 사고력을 향상시키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토론이나 서술형 시험 등 비판적 사고력 향상에 적합한 방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최근 수능을 개혁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데, 사실 정말 바뀌어야 하는 것은 수능이 아니라 국어 교과서입니다. 수능을 처음 만들 때에 연구자들은 수능에 맞춰서 교과서가 바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교육계가 폐쇄적이고 보수적이다보니 교과서는 그대로 있고, 수능이 교과서에 맞춰지고 말았습니다
 이 연구자가 바라보기에 국어 교과서만 보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거짓을 말하고 있는 셈입니다
 
김소현 연구자는 학생들의 인식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학생들의 의견도 김윤정 연구자의 의견과 비슷합니다.
  
   
 
 “내신 국어 성적과 수능 시험의 국어 성적의 관련성에 대해 고등학생의 25%만이 연관성이 있다고 답하고 75%는 모르겠거나 연관성이 없다고 부정적으로 답했다.” (김소현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분석, 2014)
 
   
 
또한 수능 국어에서 고득점자를 변별하는 문항은 비문학(독서)이라고 인식하는 학생이 가장 많았습니다.
 
   
 
고득점자를 판별하는 문항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47%의 고등학생들이 비문학(독서)이라고 답했다.” (김소현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분석, 2014)
 
   
 
그리고 학생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문항은 내용이 생소하거나 어려운 내용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시간 부족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아래 통계에서 '지문의 내용이 매우 생소하거나 어렵다'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운 내용과 관련성이 적다'와 유사한 항목입니다.
배우지 않았으니 낯설지요. 특히 비문학 지문은 연계가 되었다 하더라도 생소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은 학교 교육과정(내신 국어)와 수능 국어 사이의 차이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인식하는 셈입니다.
EBS 연계율 73%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이렇게 답한다는 것은 현행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3. 결론


연구자들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논술은 수능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었지만
학생들은 현재의 교육과정은 수능 성적 향상에 도움이 별로 되지 않는다는 인식과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교육과정의 목표가 비판적 사고력인데도 불구하고 현재의 교육과정은 정작 미국과 같은 비판적 사고력 프로그램을 도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선되어야 할 쪽은 수능이 아니라 교육 과정입니다.

2014년 12월 8일 월요일

2013학년도 수능 언어영역에도 알려지지 않았던 출제오류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준 강사입니다.

요즘 수능 출제오류로 인해 수험생들의 혼란이 심합니다.
사실 2013학년도 수능에도 알려지지 않은 중대한 출제 오류가 있습니다.
정답률 64%에 2013학년도 수능 오답률 3위 문제였기 때문에
이 문제로 억울하게 등급이 떨어진 학생이 꽤 있을 것입니다.



23번 문제는 아래의 삼단 논법이 연역 논증이어야만 성립합니다.


   
 () 모든 까마귀가 검다면 어떤 까마귀는 검어야 한다.() 어떤 까마귀는 검지 않다.

() 따라서 모든 까마귀가 다 검은 것은 아니다.
 
   


 문제는 (ㄱ)입니다.
어떤 까마귀가 검다(특칭긍정)과 어떤 까마귀는 검지 않다(특칭부정)은 소반대관계라서 서로 양립가능합니다.
(ㄴ) 특칭부정을 부정하려고 했다면 존재부정을 했어야 합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고쳐야 합니다.

(ㄱ)' 모든 까마귀가 검다면 검지 않은 까마귀는 없다.

아니면 차라리 후건을 빼버리는 것이 낫습니다.
(ㄱ)'' 모든 까마귀가 검다.

그래야 후건부정식이 성립해서 올바른 삼단논법이 구성됩니다.
지문에 제시된 논증은 연역논증이 아니라 귀납논증에 해당하기 때문에
23번 문제는 틀린 것을 찾는 것이고 정답은 4번인데
이 논증을 귀납논증으로 해석할 경우에는 4번도 맞는 말이 되어버려 정답이 없게 됩니다.

(), ()에서 ()이 도출되는 것이나 ()에서 ()가 도출 되는 것은 모두 지식이 확장되는 것이다.

추리논증 강사분 2분에게도 자문을 구했는데 두 분 다 출제오류가 맞다고 하셨습니다.
그 중 한 분은 논리학 박사이십니다.

수능 출제오류는 교평 원장은 물론 때로는 교육부 장관까지 사임할 정도로 중대한 이슈입니다. 그런데도 EBS 출제 연계 이후 출제 오류가 이렇게 잦아졌는데 그 이유는 무리하게 연계율을 맞추려다 보니 출제위원들의 자율성이 제한된 것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s)
이 글에 대해서 비판적 사고를 가르치셨던 한 교수님의
존경하고 신뢰할 수 있는 좋은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고맙게도 저를 좋은 강사라고 추천까지 해 주셨더군요.


제시된 논증에서 (ㄱ)을 빼도 (ㄴ)과 (ㄷ)만으로도 연역논증이 성립하기 때문에
나쁜 문제이고 출제오류이긴 하지만 복수정답까지는 아니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글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http://prok.org/gnu/bbs/board.php?bo_table=c_01&wr_id=33677


저도 지적해주신 분과 거의 동일한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분명, 제시된 논증이라는 것이 만일 (ㄱ),(ㄴ),(ㄷ) 속에 있는 논증이라면 연역논증을 추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ㄱ),(ㄴ),(ㄷ)을 묶어서 그 자체를 연역논증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는 것이 제 생각이었습니다.
복수정답이 될 수도 있지만, 반드시 복수정답이 인정되어야 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2012년 11월에 이 문제를 해설하면서 불만은 토로했지만 정식적으로 문제를 교평에 제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그런 문제들이 네 문제 더 있습니다.
지금 진행중인 정보처리적 글읽기 연재가 끝나고 나면 그런 오류들을 정리해서 연재해 보려고 합니다.


2014년 12월 7일 일요일

이원준의 수능 추천도서

이원준의 수능 추천도서



논리
작가
최훈
출판
웅진지식하우스
발매
2010.08.23

경제

작가
유시민
출판
돌베개
발매
2002.01.28


문학​

작가
권택영
출판
문예출판사
발매
1995.03.01


과학

작가
리처드 A. 뮬러
출판
하서
발매
2013.06.20

작가
리처드 A. 뮬러
출판
하서출판사
발매
2013.07.25

예술
작가
진중권
출판
휴머니스트
발매
2014.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