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1일 토요일

연역과 귀납에 대한 오해


여러분은 연역 논증과 귀납 논증의 차이를 잘 알고 계신가요?


연역 논증과 귀납 논증은 여러 차원에서 수험생에게 중요한 문제입니다.
2013학년도 수능처럼 연역과 귀납에 대한 내용이 지문으로 직접 나오기도 하지만,
모든 문제를 푸는 과정이 논증을 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논증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연역과 귀납의 차이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학사에서 나온 국어 교과서 <화법과 작문>을 보다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발견했습니다.


지학사, <화법과 작문>, 169p.




이 교과서에 따르면 논증의 방법을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논증의 방법에는 크게 연역법과 귀납법 그리고 유추가 있다. 연역법은 일반적인 사실이나 원리를 전제로 하여 개별적인 사실을 결론으로 이끌어 내는 방법으로, '대전제-소전제-결론'의 논리 전개 구조를 갖는다. 귀납법은 여러 가지 구체적인 사실을 통해 일반적인 주장을 펴는 방법으로, 인과 관계를 확정하는 데 많이 사용된다."
 (지학사, <화법과 작문>, p.149 )



"· 연역 : 전제로부터 결론을 도출하는 방법
· 귀납 : 여러 사례로부터 결론을 도출하는 방법
· 유추 : 두 사물 사이의 유사성을 근거로 다른 속성도 유사할 것이라고 논증하는 방법"
(지학사, <화법과 작문>, p.169 )



그렇지만 이러한 설명은 부적절하거나 잘못된 것입니다.

1. 연역 논증(deduction)의 정의가 틀렸습니다.

논증은 연역 논증이든 귀납 논증이든 전제로부터 결론을 끌어내는 방법입니다.
따라서 '전제로부터 결론을 도출하는 방법'은 연역 논증의 정의가 아니라 논증의 정의에 해당합니다.
연역 논증의 올바른 정의는 '전제가 참일 경우 결론이 필연적으로 참인 논증'입니다.



2. 귀납 논증(induction)의 정의가 틀렸습니다.

여러 구체적 사례로부터 보편적 결론을 도출하는 방법은 귀납의 한 방법일 뿐입니다.
따라서 이 자체가 귀납 논증의 정의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귀납 논증이란 '전제가 참일 경우 결론이 개연적으로 참인 논증'입니다.
귀납 논증이 되기 위해서 전제가 반드시 구체적이고 여러 개일 필요는 없으며,
결론이 반드시 보편적인 진술이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여러 개의 구체적 전제가 아니라 단 하나의 일반적인 전제로부터 추론하더라도 귀납 논증이 될 수 있습니다.


"보편적인 진술에서 특수한 진술이 따라 나왔는데 귀납 논증인 경우도 있다.
· 지금까지 아침이면 언제나 해가 동쪽에서 떴다. 그러므로 내일도 해가 동쪽에서 뜰 것이다."
(최훈, <논리는 나의 힘>, p.153



위의 논증은 하나의 보편적인 전제로부터 특수한 진술을 끌어냈는데도 불구하고 귀납 논증입니다.
왜냐하면 전제가 참이라고 해도 결론이 거짓일 가능성이 논리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대학 교양 수준에서 논리적 사고를 가르치기 위해서 대학 철학 교수들이 쓴 <논리와 비판적 사고>(생각공장)에서도 귀납 논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흔히 연역과 귀납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설명할 때, 연역 논증은 일반명제의 전제로부터 특수명제의 결론으로 이행하는 반면, 귀납 논증은 특수명제의 전제로부터 일반명제의 결론으로 이행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가장 범하기 쉬운 오해 중 하나이다. 일반명제의 전제로부터 특수명제의 결론으로 이행하지 않는 연역 논증도 있고, 특수명제의 전제로부터 일반명제의 결론으로 이행하지 않는 귀납 논증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명제의 전제로부터 특수명제의 결론으로 이행하면 연역 논증이고, 특수명제의 전제로부터 일반명제의 결론으로 이행하면 귀납 논증이라는 설명은 연역과 귀납을 구별하는 기준이 될 수 없을 뿐더러, 그 자체로 예외가 너무 많아 연역 논증이나 귀납 논증의 규범으로도 아무 쓸모가 없다."
(생각공장, <논리와 비판적 사고>, p.75 )



3. 유추(analogy)의 분류가 부적절합니다.


유추도 귀납 논증의 하나입니다.
유추는 전제가 참이라 하더라도 결론이 필연적으로 참인 것이 아니라 개연적으로 참인 논증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분류 체계상 유추는 귀납 논증과 대등하게 제시될 것이 아니라 귀납 논증의 한 종류로 제시되었어야 하는데 위의 교과서에서는 유추를 연역, 귀납과 대등한 종류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오류를 지학사 교과서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나온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오개념이 버젓이 실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훈 교수는 <표준국어대사전>을 다음과 같이 비판합니다.


"문제는 국어사전의 정의이다. 국어사전에서 연역과 귀납은 일상어의 뜻은 없고 논리학이라는 전문어의 뜻만 등재되어 있는데, 정의된 의미는 논리학에서 통용되는 것이 아니다. 연역 논증에도 특수한 문장에서 일반적인 문장을 추론하는 경우가 있고 귀납 논증에도 일반적인 문장에서 특수한 문장을 추론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최훈, <논리는 나의 힘>, pp. 151-152)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국어 사전만의 잘못도 아닙니다.
외국 사전들에서도 연역 추론이나 귀납 추론을 비슷하게 정의한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Many dictionaries define inductive reasoning as the derivation of general principles from specific observations, though some sources disagree with this usage."
이러한 정의에 동의하지 않는 사전들도 있지만, 많은 사전들에서는 귀납 추론을 특수한 관찰들로부터 일반 원리를 끌어내는 추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Inductive_reasoning)



그렇지만,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바커의 <논리학의 기초>에는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연역적 논증과 귀납적 논증 사이의 근본적 구별은 전제와 결론 사이에 성립되어 있다고 상정되는 논리적 연결의 유형과 관련되어 있다. 한 사람이 논증을 할 때, 어떤 경우에 있어서는 그는 전제의 참됨이 결론의 참됨을 설립시키기에 절대적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다른 경우에 있어서는 그 연결이 이만큼 강하다는 주장이 아니라, 다만 그 연결이 전제가 결론을 뒷받침하거나 확인해 주기에 충분할 만큼 강하므로, 그것을 믿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한다."
(스티븐 바커, <논리학의 기초>, p.30)



교학사에서 나온 <생활과 논리> 교과서에도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논증은 대체로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결론에 대하여 결정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전제를 갖는 논증을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전제가 너무 결정적이어서 이 전제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결론을 반드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전제가 단지 어느 정도의 뒷받침만을 결론에 제공하는 논증이다. 이 두 가지 종류의 논증을 보통 연역 논증, 귀납 논증이라고 부른다."
(정해창, <생활과 논리>, p.30)



그리고 2013학년도 수능 지문에도 연역과 귀납의 차이가 정확하게 제시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논리학 교수가 지문을 썼겠지요.


 "논증은 크게 연역과 귀납으로 나뉜다. 전제가 참이면 결론이 확실히 참인 연역 논증은 결론에서 지식이 확장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제에 이미 포함된 결론을 다른 방식으로 확인하는 것일 뿐이다. 반면 귀납 논증은 전제들이 모두 참이라고 해도 결론이 확실히 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지식을 확장해 준다는 장점이 있다. 여러 귀납 논증 중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수많은 사례들을 관찰한 다음에 그것을 일반화하는 것이다."
(2013학년도 수능 21~24번 지문)



즉, 연역과 귀납의 구분은 전제에 의해 결론이 지지되는 양상이 단정적인지 개연적인지에 따라 나뉘는 것이며, 구체적인 사실로부터 일반적인 진술을 끌어내는 것은 귀납의 기본적인 방법 중 하나일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귀납의 정의가 될 수는 없습니다.
생각하는 방법을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는 의욕을 가진 제 입장에서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잘못된 개념을 바로 잡지 않으면 이런 오류가 계속 확산될 수도 있고, 문제로 출제될 수도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연역'과 '귀납'을 사용한 신문 기사들을 찾아보면, 제가 확인해 본 바로는 대부분의 기사들에서  연역은 일반적인 것에서 구체적인 것을 끌어내는 것이고, 귀납은 구체적인 것에서 일반적인 것을 끌어내는 것이라는 의미로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신문기사 자료1)
[강준만 칼럼] 연역적 개혁과 귀납적 개혁

신문기사 자료2)
[여의도포럼-박형준] 가짜 보수와 진짜 보수


이렇듯 우리 언중은 '연역'과 '귀납'이라는 단어를 올바른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지 못합니다.
이 단어가 '일상어'가 아니라 '논리학'에서 빌려온 단어라면 '논리학'의 정의와 용례에 맞게 써야 합니다.
개념의 정확한 정의를 추구하는 것은 우리의 생각을 더 명확하게 표현하고 오해 없이 의사 소통을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연역과 귀납에 대한 국어교과서와 국어사전의 오류를 고칠 수 있을까요?
그 방법을 고민해보고 있지만 아직 제 손에는 좋은 해결책이 없네요.
많은 분들과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싶어서 이 글을 씁니다.
생각을 모아 해결책을 함께 마련하고 싶습니다.

2017년 1월 4일 수요일

2017학년도 9월 모평 출제오류 발견


안녕하세요. 이원준입니다.2017학년도 9월 모평 28번 문제를 검토하다가 출제오류를 발견했습니다.
콘크리트와 관련된 건축 재료와 건축 미학을 다룬 이 지문에는 '포아송비'가 등장합니다.그런데 이 '포아송 비'의 정의가 잘못되었네요.원래 포아송비는 지름변화율을 높이변화율로 나눈 값이라서 비율 간의 비율인데,9평에서는 포아송비를 지름의 변화량의 절댓값을 높이의 변화량의 절댓값으로 나눈 값이라고 했습니다.
2017. 9평 출제오류 : 포아송 비의 정의가 잘못 제시되어 있다.
이 문제의 출제 오류를 바로 발견하지 못한 이유는잘못된 포아송 비를 적용하면 문제를 푸는 데는 지장이 없기 때문입니다.그런데 제대로 된 포아송 비를 적용해서 문제를 풀어보면 선지 2, 3도 충분한 근거가 없는 선지이므로 부정 발문형인 이 문제의 정답은 세 개가 됩니다.
과학 지문의 출제 과정에서 이런 오류가 반복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요인들 때문이라고 봅니다.
1. 출제에 참여한 과학, 기술 분야 전공 교수들은 자신의 전공 지식을 영어나 수식이 아닌 우리말로 풀어내는 데에 약하다.2. 검토에 참여한 비전공 교수들은 전공 교수에게 의문을 제기하기 쉽지 않다.3. 출제 기간에 합숙 중인 교수들은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팩트 체크가 쉽지 않다.

참고자료1) 포아송 비(Poisson's ratio)
자료출처 : http://www.kepital.com/tech/kepital.php

참고자료2) 2017학년도 9월모평 28번
자료출처 : 한국교육과정평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