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30일 일요일

2018 EBS 수특독서 어휘 문제 오류 - 214쪽 4번

안녕하세요. 이원준입니다.

EBS 연계 모의고사를 출제하다가 또 오류를 발견했습니다.

2018학년도 EBS 수특독서 214쪽 4번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문 내용은 홍채 인식에 대한 내용입니다.


4. 문맥상 ⓐ~ⓔ를 바꿔쓰기에 적절하지 않은 것?

지문 : '먼저 홍채의 영상은 근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하여 ⓑ 얻는다.'

정답 : ② ⓑ : 취득한다.


EBS 해설지에는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습니다.

"문맥상 ⓑ '얻는다'는 '구하거나 찾아서 가진다.'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그러나 '취득한다.'는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진다.'의 의미이므로 의미와 문맥을 고려할 때 바꾸어 쓸 말로 적절하지 않다.

음... 뭔 말인지 알 수가 없네요. 그냥 국어 사전에서 단어 뜻 긁어서 붙여 놓고나서 아무튼 틀렸다고 우기는 듯한 해설입니다.

영상 취득이라고 구글에 쳐보니 67만 8천개의 자료가 뜨네요.
전문 자료나 신문 기사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홍채 인식에 대한 논문을 일부러 찾아봤더니 떡 하고
'홍채 영상을 취득한다'라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강병준, 박강령, <홍채 인식에서의 눈꺼풀 및 눈썹 추출 연구>, 2005)

 
 
영어로 'acquire image'를 번역할 때
'영상 취득' 또는 '영상 획득'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문제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이 문제가 어디에선가 대입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내신 문제로 활용되지 않았길 바랍니다.

2017년 5월 1일 월요일

PISA 책임자가 본 한국 교육의 문제점

 
안녕하세요. 이원준입니다. 

어제 조선일보에 PISA 총괄 책임자인 슐라이허 국장의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PISA는 국제학업성취도 검사입니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기술국장은 “한국 학교는 지식을 재생산할게 아니라, 학생들이 아는 걸 끄집어 내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고 학문 경계를 넘나들며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고 말했다. /OECD



―한국 교육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국에서 수많은 대학 졸업생이 일자리를 못 찾는데, 한국 기업은 원하는 기술을 가진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사실은 많이 배우는 것이 꼭 나은 기술, 직업, 삶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과거엔 교사가 가르치는 게 평생 갔다. 그런데 이제 교사의 역할은 갈수록 불확실한 세상에서 아이들이 자기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나침반'과 '내비게이션'을 만들게 돕는 것이다. 한국 교육도 거기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
 
―PISA 결과로 본 한국 교육의 약점은?
"학문이 빠르게 진화할수록, 유통기한이 있는 지식을 이해하는 데서 벗어나 학문의 구조와 개념 기초를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하다. 또 창의성과 문제 해결은 이질적 요소들을 합쳐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만들 때 이뤄진다. 이것은 호기심과 열린 마음, 관련 없어 보이는 걸 연결할 줄 알 때 가능하다. 이런 것들을 길러주지 못하는 것이 한국 교육의 약점이다."


또한 현대한국경제연구원도 어제 한국의 교육 투자비가 OECD 8위인데
교육시스템 질은 75위에 그치고 있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투입되는 자원과 노력의 양은 많지만 그 방향이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0일 '한국, 탤런트 워(talent war·인재 전쟁) 준비되었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 육성 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교육에 투자도 많이 하고 대학 진학률도 높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교육 투자 비중은 5.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0.7%포인트 높았다. OECD 국가 중 8위로 일본(4.5%)이나 독일(4.3%)보다 높았다. 대학 진학률도 그리스에 이어 세계 2위였다.
하지만 직업 훈련 수준은 세계 38위로 중국(41위)과 비슷하고, 일본(10위), 독일(12위), 미국(15위)에는 훨씬 못 미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한국 교육 시스템의 질은 세계 138국 중 75위로 중국(43위)은 물론 독일, 미국 등에 크게 뒤처진다. 노동력 수준도 세계 22위로 독일(8위), 미국(12위) 등 경쟁국에 밀린다.


 
성인 문해력 검사에서 우리 나라 실질 문맹률이 75%로 나오고, 국립국어원 문해력 검사 결과 70점 이상이어야 문맹이 아닌데, 한국 국민들의 평균 점수가 63점이 나오는 충격적인 결과를 직시하고 그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한국 교육이 갖고 있는 주입식, 암기식 교육의 폐해는 이제 너무 흔하게 들어서 더 이상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할 정도라서, 이 기사도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묻힐 것 같지만, 그래도 PISA 책임자의 조언을 한번 다시 귀기울여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한국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사교육에 있는 것이 아니고, 교육시스템의 방향 설정에 있습니다.

왜 우리 학교에서는 질문하는 방법을 가르치지 못할까요?

비판적 사고력 교육을 위해서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비판적 지식인으로서의 교사가  필요합니다.
스스로도 질문을 던지지 않는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법을 가르칠 수 없습니다. 
물론 비판적 사고력 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우수한 교사분들도 물론 많이 계시겠지만, 지금의 교육 시스템 하에서는 그런 교사가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비록 사교육에서라도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치과의사로서의 길 대신 학원 강사로서의 길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최근 대선 후보들의 교육 정책을 보면 사교육비를 줄인다고 논술을 폐지하고, 수능의 비중을 줄이겠다고들 하는데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생부 전형을 확대하는 것은 결국 21세기형 인재를 길러내는 대신 교사의 권위를 절대적으로 높이고, 질문하지 못하는 순하고 얌전한 학생들을 길러내게 될 것입니다. 피케티나 골딘 같은 경제학자들은 교육이 경제성장률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실증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산업화 경제에서는 큰 힘을 발휘했던 암기식 교육이 지식 경제에서는 비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경제가 발전하지 못하고, 그 결과로 좋은 일자리가 부족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수시를 확대하면 교육 시스템의 방향이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그로 인해서 10대~20대가 경험해야 할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고통은 가중될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기 위해서 질문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합니다. 기존의 방식으로 이런 인재를 길러낼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정책 책임자가 한국 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함께 교육에 대한 철학을 가져야 합니다.

지식의 유통기한이 점점 짧아지는 사회의 변화에 맞춰서 이제 단순 지식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정보를 가공, 처리하여 모델링하는 방법을 가르쳐서 학습 능력 자체를 높일 때입니다.

2017년 4월 26일 수요일

CDE(이항대립 2.0) 매뉴얼

여러분이 정보를 잘 모델링할 수 있다면, 글을 잘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CDE란 정보를 모델링하는 방법입니다. CDE는 C⇒E와 D→C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선 C⇒E부터 살펴보겠습니다. C⇒E에서 C란 원인이고, E는 결과를 말합니다.


다음 문장을 함께 분석해 볼까요?
(1) 두 초점이 가까워질수록 이심률은 작아진다. (수능)

(1)에서 원인은 무엇이고, 결과는 무엇인가요?
’초점‘이나 ’이심률‘이라는 명사를 모르더라도 이 글의 구조를 분석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ㄹ수록’, ‘-진다’와 같은 어미를 근거로 하여 원인과 결과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의 구조처럼 ‘A일수록 B진다“라는 형식을 가진 문장을 비례적 인과문이라고 합니다. 이 때 A는 원인이고 B는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1)에 적용해 본다면, 원인은 두 초점이 가까워지는 것이고, 결과는 이심률이 작아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래와 같이 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초점이 멀어지면 이심률은 어떻게 될까요? 아래 그림의 화살표를 보면 알 수 있다시피 커질 것입니다.



 초점과 이심률이라는 어휘의 의미를 모르더라도 이렇게 정리할 수 있고, 또 추론할 수 있다는 점은 대단한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A할수록 B진다.”라는 형식을 가진 모든 문장을 표준화된 형식으로 바꾸어서 다룰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단지, C와 E에 들어가는 단어만 바뀔 뿐입니다. 지문에 나오는 어휘들은 대부분 학술적인 용어들이라서 우리가 모르는 단어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적성시험의 목적은 지식의 측정이 아니라 학습 능력의 측정이기 때문에 지식 자체가 아니라 지식을 모델링하는 능력이 중시됩니다. 물고기보다 물고기 낚는 법이 더 중요하다고 비유할 수도 있겠습니다.


인과적 관계를 나타내는 중요한 구문으로 “A에 따라 B가 달라진다.”라든가 “A하면 B해 진다.” 등도 있습니다. 이 때 원인은 A가 되고, 결과는 B가 됩니다. 예를 들어 “운에 따라 도덕적 평가가 달라진다.”라는 문장의 의미는 운이 도덕적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C⇒E는 수단과 목적을 나타내기 위해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목적을 달성하게 하는 수단은 유효한 수단입니다. 이런 경우에 수단과 목적은 인과 관계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A하기 위해서 B한다.’라는 문장에서 A가 목적이고 B가 수단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A하기 위해서 B해야 한다“라든가 ”A하려면 B해야 한다.“와 같은 문장은 어떨까요? A가 목적이고 B가 수단인데, 이 때 B는 필요조건으로서의 수단이 됩니다. 또는 B는 A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Condition)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만일 B라는 조건이 달성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A도 달성되지 않을 것입니다. 즉 ~B라면 ~A가 될 것임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C⇒E 모델링으로 문장 (2)를 모델링해 볼까요?


(2) 개연성이 높기 위해서는 비교 대상 간의 유사성이 커야 한다. (수능)(2)는 다음과 같이 모델링할 수 있는데, 만일 유사성이 크지 않다면 개연성이 높지 않을 것임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이제, D→C를 살펴볼까요? D→C에서 D는 근거이고, C는 결론을 말합니다. 근거와 결론을 묶은 말뭉치를 논증이라고 부르니, D→C란 곧 논증 구조입니다. 논증에서 근거를 ’전제‘라고도 부릅니다.






D→C는 C⇒E와 조합하여 다음과 같이 모델링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목적을 위해서 어떤 행위를 하면 순기능이 있을 수 있지만 한계나 역기능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계나 역기능이 있다면 이를 해결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A하려고 B하면 C도 초래된다. 따라서 D해야 한다.“라는 문장은 다음과 같이 모델링됩니다.






자, 그럼 이제 언제 C⇒E를 쓰고, 언제 D→C를 쓰는지 궁금하겠지요? 우리는 보통 진술을 사실과 의견으로 나눕니다. 이는 이유를 구분할 때에도 사용됩니다. 어떤 현상을 객관적으로 설명할 때, 어떤 현상의 이유를 보통 원인이라고 하고, 주관적인 성격이 강한 주장의 이유를 근거라고 합니다. 이 둘의 경계선이 뚜렷한 것은 아닌데, 애매할 때에는 C⇒E를 쓰든 D→C를 쓰든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과학 지문에서는 객관적인 C⇒E가 많이 쓰이겠습니다만 가설을 도출할 때에는 D→C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CDE로 모델링하는 것의 기능은 무엇일까요? 바로 글을 정확하고 빠르게 이해하게 해 주고, 정확하고 빠른 추론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글을 읽을 때 속도가 느린 이유는 작업기억의 한계 때문입니다. 낯선 단어가 많이 나오면 작업기억의 많은 부분이 기억에 할당이 되고, 그 결과 처리에 할당된 영역이 줄어들어 정보의 처리에서 실수가 발생하고 속도도 느려집니다. 따라서 훈련을 통해 처리를 자동화하는 것입니다. CDE모델링을 자주 하다보면 처리가 자동화되어서 실수를 줄일 수 있고, 또 처리속도도 빨라집니다. 이를 CDE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여러분의 정보 처리 속도를 높이는 것이 CDE의 기능입니다. 익숙해지면 굳이 손으로 일일이 쓰지 않더라도 마음속으로도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2017년 4월 9일 일요일

EBS 수특 오류

모의고사 출제를 위해서 EBS 수특을 살피다 보니,
EBS 수특 249쪽에 <한서 율력지>가 다음과 같이 인용되어 있다.
"한서 율력지에 거서 즉 검은 기장 알갱이 중 중간 크기의 것을 골라서 10 알갱이의 너비를 1척으로삼은 자를 만든 후, 대나무를 사용하여 9척 길이의 황종척을 만들어 12율의 기본이 되는 황종율관을 만든다."라는 기록이 있다.

EBS 수특 교재에 따르면 기장 10개의 너비가 1척이다.
그러나 황종척이면 한 척인데 9척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9척이면 180cm가 넘는데 율관(피리)의 길이로는 너무 길지 않은가?

황종관 지문은 2009년 예비 LEET에서도 나왔는데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1알을 1푼(分)으로, 10알을 쌓아서 1치(寸)하는 법식으로 해서 9치를 황종관의 길이로 정하니 90푼이다. 여기에 1치를 더해서 황종척의 길이로 정했다."

EBS에 따르면 황종척은 9척이고, LEET 지문에 따르면 황종척은 한 척이다.
또한 EBS에 따르면 기장 10알의 너비는 1척이고, LEET 지문에 따르면 1치(촌)이다.

어느 쪽이 옳은 것일까?

논문에서 한서 율력지를 확인해 보니 다음과 같다.



근거자료 : 이종봉, 한중일 고대시기 도량형제 비교 연구

EBS 수능 특강 지문에 오류가 있다.

다른 자료들도 함께 찾아보며 확인해 보니,
기장 1개의 너비는 1분(푼), 기장 10개의 너비는 1촌, 기장 100개의 너비가 1척(황종척)이다.

즉, 황종척은 1척이지 9척이 아니며 검은 기장 10알의 크기는 1촌(치)이지 1척이 아니다.
따라서 이에 근거해서 출제한 250P의 2번도 오류인 셈이다.
2번을 보면 황종율관도 9척이라고 되어 있는데, 9치라고 해야 맞다.
EBS에서는 황종척도 황종율관도 모두 9척이라고 하고 있는데,
황종척은 1척이고, 황종율관은 9치(90푼)이다.

이런 사실은 인터넷을 10분만 뒤지면 확인할 수 있다.
EBS 수특은 지금 거의 국어 교과서 대신 사용되는 책이나 다름 없는데도 검수가 참 아쉬운 책이다.

2017년 3월 9일 목요일

18번 오류



안녕하세요. 이원준입니다.
3월 학평 보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어제 오르비에서 3월 학평 관련해서 제가 출제오류를 지적할 거라는 유머글을 보고 빵 터져서 웃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설마...4년 연속으로..."라고 생각했고 그런 일이 없길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3월 학평 국어 문제를 풀어보니 좋은 문제들이 있더군요.
특히 EBS 기준으로 오답률 1위인 36번 문제는 걸작이더군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답률 2위인 18번 문제는 출제 오류가 있는 듯 합니다.
고민을 많이 하면서 자료도 찾아보고, 경제학 전공자와도 함께 이 문제를 검토해 보았습니다.
아직 서울시 교육청에 이의제기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음 내용을 읽어보시고 댓글로 여러분의 의견을 들려주시면 반영해서 
이의제기 여부와 방향을 결정하겠습니다.


2017학년도 3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문제 18번 (이후 18번)에 대한 이의제기
1. <보기>의 그림 관련
본 문제의 지문에서 “독점 시장에서는 한계 비용과 한계 수입이 같아지는 지점에서 생산자가 생산량을 결정하고, 가격은 그 생산량과 수요 곡선을 고려하여 결정한다.”라고 하므로 18번 그림과 같은 “유일한”(=독점)인 경우 이부가격설정을 하지 않는다면, 즉 기본요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면 통신사는 한계수입과 한계 비용이 일치하는 점에서 생산량을 결정하고 그 다음 생산량과 수요 곡선을 고려해서 가격을 결정해야 합니다. 

18번 문제 <보기>에는 지문의 <그림>과 달리, 한계 수입 곡선이 그려져 있지 않은데 그 이유는 (1), (2)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1) 수요곡선이 한계수입곡선과 같은 경우.
이 경우라면 18번 <보기>의 가격 P와 통화량 Q는 독점통신사가 잉여를 극대화하기 위해 설정한 가격과 판매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요곡선과 한계수입곡선이 같다는 가정은 지문의 그림과 설명을 고려할 때 매우 무리한 가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한계수입곡선이 생략된 경우.
이 경우라면 지문의 이부가격설정과 연결지어 P와 Q점은 “독점 시장에서 기본요금(이부가격)이 설정된 다음의 생산량과 가격”인 상황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보기>의 설명에서는 ‘기본요금을 부과하려고 한다’라고 하고 있어서 <보기>의 그림(부과 후)과 설명의 시제(부과 전)가 다르기 때문에 혼동이 우려됩니다. 주의할 점은 <보기>에서 “통화료를 P로 할 경우에 Q만큼의 소비를 예상하였다.”라는 문장에 근거하여 기본요금을 부과하지 않을 경우에도 통화료가 P라고 오해하는 것입니다. 지문에 따르면 기본요금을 부과하지 않을 때의 생산량은 “한계 비용과 한계 수입이 같아지는 지점에서” 결정되는 것이지 ‘한계 비용과 수요’가 같아지는 지점에서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결 : (1)이 워낙 무리한 가정이기 때문에 (2)의 해석이 적절합니다.


2. 선지 관련 : 한계수입곡선이 생략된 것으로 <보기>의 그림을 이해하고 설명합니다.

선지 ①의 경우 지문의 설명대로 한다면, 기본요금을 부과하면 수요곡선과 한계비용곡선이 만나는 E점에서 생산량이 결정되고, 지문에서 언급한 대로 “시장 가격을 임의의 수준으로 결정할 수 있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 생산자는 소비자 잉여를 생산자의 이윤으로 흡수하기 위해 이부가격을 설정”하는 것이므로 독점생산자의 생산자 잉여는 최대 baE가 됩니다. 왜냐하면 소비자 잉여를 생산자 잉여로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를 사다리꼴 OaEQ에 해당한다고 한 선지 ①도 틀린 선지이긴 하지만, 이를 PbE에 해당한다고 설명한 해설도 소비자 잉여의 흡수로 인한 생산자 잉여의 증가를 고려하지 않았으므로 적절하지 않습니다.

선지 ④의 경우 한계수입곡선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통신사가 생산량을 결정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수입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해설은 가격이 P라고  가정하고 있는데, 이는 기본요금이 부과되었을 때의 가격이므로 적절한 해석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문에서 독점 시장에서 기본 가격을 부과하지 않는다면 생산량이 줄어들어서 가격(통화료)도 P보다 높은 Pm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지 ⑤의 경우도 한계수입곡선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통신사가 생산량을 결정할 수 없고, 가격도 결정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소비자 잉여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 선지의 해설도 독점 시장에서 기본 가격을 부과하지 않았을 때의 통화료를 P라고 가정하고 있으므로 부적절합니다.

3. 결론
선지 ①이 틀린 선지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선지 ④, ⑤도 틀린 선지이므로 결국 18번 문제의 정답은 세 개입니다. 또한 교육청이 제시한 해설은 ①,④,⑤가 모두 부적절합니다. 

이상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여러 소중한 반론들도 경청하였습니다.
반론의 요지들은 <보기>에서 기본요금 부과 전의 통화료가  반드시 P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P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익 극대화 조건을 무시한다면 기본요금 부과 전의 통화료가 P일 수도 있다는 점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파악하기로 모든 반론자들은 통화료가 P가 아닐 수 있다는 점에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주장을 삼단 논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저는 (1)과 (2)가 참이라면, 즉 선지 ④와 ⑤가 각각 기본요금 부과 전의 통화료가 P라고 전제하고 있으며
기본요금 부과 전의 통화료가 P가 아닐 수도 있다면 
선지 ④, ⑤는 거짓이라는 것이 연역적으로 도출되는 결론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반론을 해 주실 때에는 보다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서 
이 삼단 논법을 구체적으로 반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17년 2월 27일 월요일

2017 수능 국어를 포스텍 총장이 풀어보았다.

오늘 조선일보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26/2017022601706.html

김도연 총장님은 수능에 대한 분노감을 표출하시면서 수능은 사고력 시험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입니다.

이틀 뒤 나는 국어 수능문제지를 풀어봤다. 16~20번에 주어진 지문은 문장이 엉망이라 독해가 안 됐다. 더 해볼 의욕이 떨어졌다. 시험 시간의 절반인 40분 만에 손을 들었을 때는 겨우 15문항을 풀었다. 할 말이 없게도 다섯 개나 틀렸다.
 
최보식 선임기자는 아마도 8등급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기사에서 김도연 총장은 수능이 잘못된 시험이며 바칼로레아 시험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수능이나 교육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김도연 총장의 근거가 부정확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오류들은 수능 국어 성적이 낮은 것과 상관 관계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무례한 생각이 잠시나마 들었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이 인터뷰에서 잘못된 내용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1) '적절한 것을 있는 대로 고른 것은?'이라는 발문은 복수 정답을 암시한다?


다섯 개 답 중에서 적절한 것 혹은 적절치 않은 것을 골라내는 방식입니다. 간혹 '적절한 것을 있는 대로 고르시오'라고 묻기도 합니다. '있는 대로'라면 답이 두 개 이상이라는 암시가 됩니다. 그런데 정답이 하나인 경우에도 그렇게 묻습니다. 정부가 학생들을 상대로 '꼼수'를 부리는 겁니다.
 
이런 유형의 문제를 '합답형 문제'라고 합니다. '적절한 것을 있는 대로 고른 것은?'의 답은 하나입니다. 적절한 것들의 부분집합은 정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분집합과 전체집합을 구분할 수 있는 학생이라면 이런 발문을 보고 정답이 두 개 이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2) 올해 국어 영역 만점자가 4%, 약 1000명이 넘는다?

이건 사고력 측정도 아니고, 문제를 배배 꼬아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수능시험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경쟁'이지요. 올해 국어 영역 만점자가 4%, 약 1000명이 넘는다는 겁니다. 학생들이 그런 함정에 안 걸려들기 위해 얼마나 훈련을 했겠습니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런 수능을 잘 본 학생을 '인재'라고 부르는 것부터가 난센스입니다.
 
올해 수능 국어 만점자는 약 0.23%입니다. 수능 응시자가 60만명이기 때문에 그 중 4%라면 1000여명이 아니라 24,000명입니다.4%는 1등급 컷인데 만점자 비율과 혼동하신 것 같습니다.또한, 총장님 본인의 성적이 낮고 만점자가 적다는 것이 수능이 사고력 시험이 아니라고 단정할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3) 프랑스 바칼로레아 시험은 3등급이며 점수를 부여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는 고교 졸업 자격 시험(바칼로레아)을 일주일간 치릅니다. 매우 우수, 우수, 양호의 3개 등급으로 부여하지 우리처럼 점수로 줄 세우지 않습니다. 점수 93점이나 94점은 다 잘한 거지, 무슨 실력 차이가 있습니까.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1점 차로 대학 당락을 결정합니다.

바칼로레아 시험은 절대 평가이고 등급제도 채택되어 있는 동시에 점수도 부여되는 시험입니다. 즉, 점수로 줄 세우기가 가능합니다. 바칼로레아는 시험 점수에 따라 평점(mention)이 붙습니다. 20점 만점에 10점~11점은 통과(passable), 12점~14점은 좋음(assez bien), 15점~17점은 훌륭함(bien), 18점 이상은 매우 훌륭함(très bien). 정말로 좋은 점수를 받았을 경우에는 시험관의 찬사(félicitation du jury)를 받기도 합니다. 즉 평점을 등급으로 본다면 3등급이 아니라 5등급인 셈입니다. 또한 프랑스에서도 엘리트 학교인 그랑제콜(고등사범학교)에 들어가려면 우리나라 수능 1등급과 마찬가지로 상위 4%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합니다.  

(4) 수능은 일본 제도를 모방한 것이다?

우리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보기에 계속 '오지선다형' 수능으로 갑니다. 나라가 망해 가는데 젊은이들이 죽어가는데도 말입니다. 우리 입시제도는 일본을 모방한 겁니다. 그런 일본에서도 내년부터 200여개 학교에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적성시험인 수능 국어 시험과 학력시험인 일본의 센터시험은 다릅니다. 수능 이전의 학력고사가 일본의 대학입시센터시험을 모방한 것입니다. 현재의 수능은 일본의 센터 시험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SAT 시험을 모방한 것입니다. 초대 평가원장이자 수능의 아버지라 불리는 박도순 교수님의 말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수능 형식의 시험에 대한 논의는 87년 전두환 정권 말기 때 암기식 교육을 없애자는 뜻에서 시작됐다. 이후 노태우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통령 자문기관으로 교육개혁심의회가 구성돼 준비가 본격화됐다. 당시 그와 계명대 김영채 교수가 미국의 대학입학자격시험(SAT)과 유사한 ‘대학적성고사’를 제안했다. 그리고 90년에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이름이 정해졌다. (출처 : http://news.joins.com/article/16499111)


 
저는 수능 국어 시험이 약간 변질되기는 했지만 훌륭한 사고력 시험이라고 생각합니다.수능 국어를 잘 보는 사람은 대개 정확한 언어와 사고를 구사하고,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있으며 지적으로 성실한 사람들입니다.

여러분의 의견도 반영한 후에 이 글을 최보식 선임기자님과 김도연 총장님에게도 이메일로 보내겠습니다. 언론에 자신의 의견을 공표할 때에는 그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객관적 자료에 근거해서 논리적으로 주장해야 합니다. 알 만한 분들이 왜 이러셨을까요...

2017년 1월 21일 토요일

연역과 귀납에 대한 오해


여러분은 연역 논증과 귀납 논증의 차이를 잘 알고 계신가요?


연역 논증과 귀납 논증은 여러 차원에서 수험생에게 중요한 문제입니다.
2013학년도 수능처럼 연역과 귀납에 대한 내용이 지문으로 직접 나오기도 하지만,
모든 문제를 푸는 과정이 논증을 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논증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연역과 귀납의 차이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학사에서 나온 국어 교과서 <화법과 작문>을 보다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발견했습니다.


지학사, <화법과 작문>, 169p.




이 교과서에 따르면 논증의 방법을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논증의 방법에는 크게 연역법과 귀납법 그리고 유추가 있다. 연역법은 일반적인 사실이나 원리를 전제로 하여 개별적인 사실을 결론으로 이끌어 내는 방법으로, '대전제-소전제-결론'의 논리 전개 구조를 갖는다. 귀납법은 여러 가지 구체적인 사실을 통해 일반적인 주장을 펴는 방법으로, 인과 관계를 확정하는 데 많이 사용된다."
 (지학사, <화법과 작문>, p.149 )



"· 연역 : 전제로부터 결론을 도출하는 방법
· 귀납 : 여러 사례로부터 결론을 도출하는 방법
· 유추 : 두 사물 사이의 유사성을 근거로 다른 속성도 유사할 것이라고 논증하는 방법"
(지학사, <화법과 작문>, p.169 )



그렇지만 이러한 설명은 부적절하거나 잘못된 것입니다.

1. 연역 논증(deduction)의 정의가 틀렸습니다.

논증은 연역 논증이든 귀납 논증이든 전제로부터 결론을 끌어내는 방법입니다.
따라서 '전제로부터 결론을 도출하는 방법'은 연역 논증의 정의가 아니라 논증의 정의에 해당합니다.
연역 논증의 올바른 정의는 '전제가 참일 경우 결론이 필연적으로 참인 논증'입니다.



2. 귀납 논증(induction)의 정의가 틀렸습니다.

여러 구체적 사례로부터 보편적 결론을 도출하는 방법은 귀납의 한 방법일 뿐입니다.
따라서 이 자체가 귀납 논증의 정의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귀납 논증이란 '전제가 참일 경우 결론이 개연적으로 참인 논증'입니다.
귀납 논증이 되기 위해서 전제가 반드시 구체적이고 여러 개일 필요는 없으며,
결론이 반드시 보편적인 진술이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여러 개의 구체적 전제가 아니라 단 하나의 일반적인 전제로부터 추론하더라도 귀납 논증이 될 수 있습니다.


"보편적인 진술에서 특수한 진술이 따라 나왔는데 귀납 논증인 경우도 있다.
· 지금까지 아침이면 언제나 해가 동쪽에서 떴다. 그러므로 내일도 해가 동쪽에서 뜰 것이다."
(최훈, <논리는 나의 힘>, p.153



위의 논증은 하나의 보편적인 전제로부터 특수한 진술을 끌어냈는데도 불구하고 귀납 논증입니다.
왜냐하면 전제가 참이라고 해도 결론이 거짓일 가능성이 논리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대학 교양 수준에서 논리적 사고를 가르치기 위해서 대학 철학 교수들이 쓴 <논리와 비판적 사고>(생각공장)에서도 귀납 논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흔히 연역과 귀납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설명할 때, 연역 논증은 일반명제의 전제로부터 특수명제의 결론으로 이행하는 반면, 귀납 논증은 특수명제의 전제로부터 일반명제의 결론으로 이행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가장 범하기 쉬운 오해 중 하나이다. 일반명제의 전제로부터 특수명제의 결론으로 이행하지 않는 연역 논증도 있고, 특수명제의 전제로부터 일반명제의 결론으로 이행하지 않는 귀납 논증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명제의 전제로부터 특수명제의 결론으로 이행하면 연역 논증이고, 특수명제의 전제로부터 일반명제의 결론으로 이행하면 귀납 논증이라는 설명은 연역과 귀납을 구별하는 기준이 될 수 없을 뿐더러, 그 자체로 예외가 너무 많아 연역 논증이나 귀납 논증의 규범으로도 아무 쓸모가 없다."
(생각공장, <논리와 비판적 사고>, p.75 )



3. 유추(analogy)의 분류가 부적절합니다.


유추도 귀납 논증의 하나입니다.
유추는 전제가 참이라 하더라도 결론이 필연적으로 참인 것이 아니라 개연적으로 참인 논증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분류 체계상 유추는 귀납 논증과 대등하게 제시될 것이 아니라 귀납 논증의 한 종류로 제시되었어야 하는데 위의 교과서에서는 유추를 연역, 귀납과 대등한 종류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오류를 지학사 교과서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나온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오개념이 버젓이 실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훈 교수는 <표준국어대사전>을 다음과 같이 비판합니다.


"문제는 국어사전의 정의이다. 국어사전에서 연역과 귀납은 일상어의 뜻은 없고 논리학이라는 전문어의 뜻만 등재되어 있는데, 정의된 의미는 논리학에서 통용되는 것이 아니다. 연역 논증에도 특수한 문장에서 일반적인 문장을 추론하는 경우가 있고 귀납 논증에도 일반적인 문장에서 특수한 문장을 추론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최훈, <논리는 나의 힘>, pp. 151-152)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국어 사전만의 잘못도 아닙니다.
외국 사전들에서도 연역 추론이나 귀납 추론을 비슷하게 정의한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Many dictionaries define inductive reasoning as the derivation of general principles from specific observations, though some sources disagree with this usage."
이러한 정의에 동의하지 않는 사전들도 있지만, 많은 사전들에서는 귀납 추론을 특수한 관찰들로부터 일반 원리를 끌어내는 추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Inductive_reasoning)



그렇지만,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바커의 <논리학의 기초>에는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연역적 논증과 귀납적 논증 사이의 근본적 구별은 전제와 결론 사이에 성립되어 있다고 상정되는 논리적 연결의 유형과 관련되어 있다. 한 사람이 논증을 할 때, 어떤 경우에 있어서는 그는 전제의 참됨이 결론의 참됨을 설립시키기에 절대적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다른 경우에 있어서는 그 연결이 이만큼 강하다는 주장이 아니라, 다만 그 연결이 전제가 결론을 뒷받침하거나 확인해 주기에 충분할 만큼 강하므로, 그것을 믿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한다."
(스티븐 바커, <논리학의 기초>, p.30)



교학사에서 나온 <생활과 논리> 교과서에도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논증은 대체로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결론에 대하여 결정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전제를 갖는 논증을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전제가 너무 결정적이어서 이 전제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결론을 반드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전제가 단지 어느 정도의 뒷받침만을 결론에 제공하는 논증이다. 이 두 가지 종류의 논증을 보통 연역 논증, 귀납 논증이라고 부른다."
(정해창, <생활과 논리>, p.30)



그리고 2013학년도 수능 지문에도 연역과 귀납의 차이가 정확하게 제시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논리학 교수가 지문을 썼겠지요.


 "논증은 크게 연역과 귀납으로 나뉜다. 전제가 참이면 결론이 확실히 참인 연역 논증은 결론에서 지식이 확장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제에 이미 포함된 결론을 다른 방식으로 확인하는 것일 뿐이다. 반면 귀납 논증은 전제들이 모두 참이라고 해도 결론이 확실히 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지식을 확장해 준다는 장점이 있다. 여러 귀납 논증 중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수많은 사례들을 관찰한 다음에 그것을 일반화하는 것이다."
(2013학년도 수능 21~24번 지문)



즉, 연역과 귀납의 구분은 전제에 의해 결론이 지지되는 양상이 단정적인지 개연적인지에 따라 나뉘는 것이며, 구체적인 사실로부터 일반적인 진술을 끌어내는 것은 귀납의 기본적인 방법 중 하나일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귀납의 정의가 될 수는 없습니다.
생각하는 방법을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는 의욕을 가진 제 입장에서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잘못된 개념을 바로 잡지 않으면 이런 오류가 계속 확산될 수도 있고, 문제로 출제될 수도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연역'과 '귀납'을 사용한 신문 기사들을 찾아보면, 제가 확인해 본 바로는 대부분의 기사들에서  연역은 일반적인 것에서 구체적인 것을 끌어내는 것이고, 귀납은 구체적인 것에서 일반적인 것을 끌어내는 것이라는 의미로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신문기사 자료1)
[강준만 칼럼] 연역적 개혁과 귀납적 개혁

신문기사 자료2)
[여의도포럼-박형준] 가짜 보수와 진짜 보수


이렇듯 우리 언중은 '연역'과 '귀납'이라는 단어를 올바른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지 못합니다.
이 단어가 '일상어'가 아니라 '논리학'에서 빌려온 단어라면 '논리학'의 정의와 용례에 맞게 써야 합니다.
개념의 정확한 정의를 추구하는 것은 우리의 생각을 더 명확하게 표현하고 오해 없이 의사 소통을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연역과 귀납에 대한 국어교과서와 국어사전의 오류를 고칠 수 있을까요?
그 방법을 고민해보고 있지만 아직 제 손에는 좋은 해결책이 없네요.
많은 분들과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싶어서 이 글을 씁니다.
생각을 모아 해결책을 함께 마련하고 싶습니다.

2017년 1월 4일 수요일

2017학년도 9월 모평 출제오류 발견


안녕하세요. 이원준입니다.2017학년도 9월 모평 28번 문제를 검토하다가 출제오류를 발견했습니다.
콘크리트와 관련된 건축 재료와 건축 미학을 다룬 이 지문에는 '포아송비'가 등장합니다.그런데 이 '포아송 비'의 정의가 잘못되었네요.원래 포아송비는 지름변화율을 높이변화율로 나눈 값이라서 비율 간의 비율인데,9평에서는 포아송비를 지름의 변화량의 절댓값을 높이의 변화량의 절댓값으로 나눈 값이라고 했습니다.
2017. 9평 출제오류 : 포아송 비의 정의가 잘못 제시되어 있다.
이 문제의 출제 오류를 바로 발견하지 못한 이유는잘못된 포아송 비를 적용하면 문제를 푸는 데는 지장이 없기 때문입니다.그런데 제대로 된 포아송 비를 적용해서 문제를 풀어보면 선지 2, 3도 충분한 근거가 없는 선지이므로 부정 발문형인 이 문제의 정답은 세 개가 됩니다.
과학 지문의 출제 과정에서 이런 오류가 반복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요인들 때문이라고 봅니다.
1. 출제에 참여한 과학, 기술 분야 전공 교수들은 자신의 전공 지식을 영어나 수식이 아닌 우리말로 풀어내는 데에 약하다.2. 검토에 참여한 비전공 교수들은 전공 교수에게 의문을 제기하기 쉽지 않다.3. 출제 기간에 합숙 중인 교수들은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팩트 체크가 쉽지 않다.

참고자료1) 포아송 비(Poisson's ratio)
자료출처 : http://www.kepital.com/tech/kepital.php

참고자료2) 2017학년도 9월모평 28번
자료출처 : 한국교육과정평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