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일 월요일

PISA 책임자가 본 한국 교육의 문제점

 
안녕하세요. 이원준입니다. 

어제 조선일보에 PISA 총괄 책임자인 슐라이허 국장의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PISA는 국제학업성취도 검사입니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기술국장은 “한국 학교는 지식을 재생산할게 아니라, 학생들이 아는 걸 끄집어 내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고 학문 경계를 넘나들며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고 말했다. /OECD



―한국 교육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국에서 수많은 대학 졸업생이 일자리를 못 찾는데, 한국 기업은 원하는 기술을 가진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사실은 많이 배우는 것이 꼭 나은 기술, 직업, 삶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과거엔 교사가 가르치는 게 평생 갔다. 그런데 이제 교사의 역할은 갈수록 불확실한 세상에서 아이들이 자기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나침반'과 '내비게이션'을 만들게 돕는 것이다. 한국 교육도 거기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
 
―PISA 결과로 본 한국 교육의 약점은?
"학문이 빠르게 진화할수록, 유통기한이 있는 지식을 이해하는 데서 벗어나 학문의 구조와 개념 기초를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하다. 또 창의성과 문제 해결은 이질적 요소들을 합쳐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만들 때 이뤄진다. 이것은 호기심과 열린 마음, 관련 없어 보이는 걸 연결할 줄 알 때 가능하다. 이런 것들을 길러주지 못하는 것이 한국 교육의 약점이다."


또한 현대한국경제연구원도 어제 한국의 교육 투자비가 OECD 8위인데
교육시스템 질은 75위에 그치고 있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투입되는 자원과 노력의 양은 많지만 그 방향이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0일 '한국, 탤런트 워(talent war·인재 전쟁) 준비되었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 육성 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교육에 투자도 많이 하고 대학 진학률도 높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교육 투자 비중은 5.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0.7%포인트 높았다. OECD 국가 중 8위로 일본(4.5%)이나 독일(4.3%)보다 높았다. 대학 진학률도 그리스에 이어 세계 2위였다.
하지만 직업 훈련 수준은 세계 38위로 중국(41위)과 비슷하고, 일본(10위), 독일(12위), 미국(15위)에는 훨씬 못 미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한국 교육 시스템의 질은 세계 138국 중 75위로 중국(43위)은 물론 독일, 미국 등에 크게 뒤처진다. 노동력 수준도 세계 22위로 독일(8위), 미국(12위) 등 경쟁국에 밀린다.


 
성인 문해력 검사에서 우리 나라 실질 문맹률이 75%로 나오고, 국립국어원 문해력 검사 결과 70점 이상이어야 문맹이 아닌데, 한국 국민들의 평균 점수가 63점이 나오는 충격적인 결과를 직시하고 그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한국 교육이 갖고 있는 주입식, 암기식 교육의 폐해는 이제 너무 흔하게 들어서 더 이상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할 정도라서, 이 기사도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묻힐 것 같지만, 그래도 PISA 책임자의 조언을 한번 다시 귀기울여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한국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사교육에 있는 것이 아니고, 교육시스템의 방향 설정에 있습니다.

왜 우리 학교에서는 질문하는 방법을 가르치지 못할까요?

비판적 사고력 교육을 위해서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비판적 지식인으로서의 교사가  필요합니다.
스스로도 질문을 던지지 않는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법을 가르칠 수 없습니다. 
물론 비판적 사고력 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우수한 교사분들도 물론 많이 계시겠지만, 지금의 교육 시스템 하에서는 그런 교사가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비록 사교육에서라도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치과의사로서의 길 대신 학원 강사로서의 길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최근 대선 후보들의 교육 정책을 보면 사교육비를 줄인다고 논술을 폐지하고, 수능의 비중을 줄이겠다고들 하는데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생부 전형을 확대하는 것은 결국 21세기형 인재를 길러내는 대신 교사의 권위를 절대적으로 높이고, 질문하지 못하는 순하고 얌전한 학생들을 길러내게 될 것입니다. 피케티나 골딘 같은 경제학자들은 교육이 경제성장률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실증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산업화 경제에서는 큰 힘을 발휘했던 암기식 교육이 지식 경제에서는 비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경제가 발전하지 못하고, 그 결과로 좋은 일자리가 부족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수시를 확대하면 교육 시스템의 방향이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그로 인해서 10대~20대가 경험해야 할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고통은 가중될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기 위해서 질문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합니다. 기존의 방식으로 이런 인재를 길러낼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정책 책임자가 한국 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함께 교육에 대한 철학을 가져야 합니다.

지식의 유통기한이 점점 짧아지는 사회의 변화에 맞춰서 이제 단순 지식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정보를 가공, 처리하여 모델링하는 방법을 가르쳐서 학습 능력 자체를 높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