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원준입니다.
요즘 논리톡클을 화요일에 연재하기 어렵네요.
앞으로 연재일을 매주 목요일로 옮길까 합니다.
오늘은 예고드렸던 대로 정보처리적 읽기 관련해서 온톨로지와 리터러시 교육을 다루려고 합니다.
서로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 두 주제는 이 글의 마지막에 조화롭게 결합할 것입니다.
(1) 온톨로지 (ontology)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용어는 오랫동안 사용되어 정교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애매하고 부정확한 표현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 이유는 함께 생활하면서
경험을 통하여 많은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확인하지 않고도 서로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라는 소설에는 맞선 중에 남자가 '참치 좋아하세요?'라고 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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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질문 의도가 편의점에 가서 참치캔을 먹자는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
아주 짧은 말이지만 다음과 같이 복잡한 정보가 전달되고, 여자는 그 의미를 해석하느라 머리가 복잡할 것입니다.
(1) 이 근처에 자신이 아는 참치 횟집이 있다.
(2) 내가 이 비싼 음식을 당신을 위해 계산할 용의가 있다.
(3) 따라서 나는 당신에게 호감이 있다.
그런데 만일 여자가 외국인이었다면 정보 교환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함께 생활하지 않으면서 교류가 적은 사이에는 복잡한 내용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생활 관습이나 용어 선택의 차이에서 오는 오해와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개념화 작업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복잡한 공항의 관제사와 조종사들이 이착륙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려면
규약에 따라서 명확하고 정형화된 표현을 필요한 만큼 상세하게 기술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람과 기계가 정보를 교환하고 작업을 수행하려고 한다면
사람끼리의 대화에서보다 더 엄격한 용어로 정확하게 정보를 교환하고 공유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정확한 단어'를 사용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실 '정확한 단어'를 쓰는 일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입니다.
글 잘쓰는 비결을 유시민 씨는 정확한 단어를 쓴 글을 많이 읽는 것과 많이 써 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온톨로지는 철학에서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구성요소들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려는 학문입니다.
모든 존재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 존재에 대하여 명확하게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이를 '개념화'라고 하고 '이항대립'에 기반해 있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분야의 용어들을 다양한 의미로 사용합니다. 이를 기계가 이해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개념화'가 필요합니다.
사람과 기계 사이의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해 정보처리학에서는 '온톨로지'를 철학에서 빌려왔습니다.
칸트와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업적이 컴퓨터 공학의 기반이 된 것입니다.
(정보처리적 읽기 (1), (2) 참고)
정보처리학에서 온톨로지는 '명백하고 정형화된 방식으로 관심있는 영역을 개념화하는 것'이라고 정의됩니다. (Gruber)
다음 그림은 컴퓨터가 온톨로지를 이용해서 '개념화'하고 '추론'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위 논증의 전제를 일상언어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전제1) 박은 영업계획서 B를 읽을 권한이 있다.
(전제2) 김은 박의 상사이다.
(결론) 김은 B를 읽을 권한이 있다.
영업계획서 B는 문서이고 박과 김은 사람이기 때문에 이렇게만 제시되어서는 컴퓨터가 추론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두 개념 사이의 관계를 명확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온톨로지 용어 중에는 분류적인 용어와 비분류적인 용어가 있습니다.
분류적인 용어는 개념 간의 포함 관계를 나타냅니다.
'사자는 동물이다'와 같은 경우 사자는 동물에 포함됩니다.
이때 '는 ~이다' (is a)는 분류적 용어에 해당합니다.
한편 비분류적 용어는 포함관계를 나타내지는 않습니다.
인과관계(cause-Of), 개체관계(instance-Of), 부분관계(part-Of) 등이 그렇습니다.
'박은 B를 읽을 권한이 있다'에서 '읽을 권한이 있다'는 비분류적인 용어입니다만,
우리는 이를 적절하게 수정하여 분류적인 용어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B는 박이 읽을 수 있는 문서이다'로 바꿔주면
컴퓨터가 정보를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용어들을 개념화하면서 정의해주면, 컴퓨터는 일상언어들을 받아들여서 추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전제1) 박은 영업계획서 B를 읽을 권한이 있으므로 영업계획서 B는 박이 읽을 수 있는 문서이다.
(전제2) 상사는 부하가 읽을 수 있는 문서를 읽을 수 있다. 김은 박의 상사이다. 따라서 박이 읽을 수 있는 문서는 김도 읽을 수 있다.
(결론) B는 김이 읽을 수 있는 문서이다.
즉, 온톨로지란 '정확한 정보 교환과 처리를 위해 개념을 정의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의 본질은 '증명기계'입니다.
방금 예로 든 사례는 상식적으로도 추론할 수 있지만 '유클리드 기하학 명제 증명'은 상식적으로 추론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온톨로지를 갖춘 컴퓨터는 '유클리드 기하학 명제 증명'도 자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심지어, 구체적 맥락 속에서 고도로 훈련된 의사가 내릴 수 있는 임상적 의사결정까지도 모방할 수 있게 됩니다.
인간보다 훨씬 빠른 속도와 정확성을 자랑하면서요.
(2) 리터러시 (literacy) 교육
리터러시는 '문해' 또는 '독해력'을 말합니다.
21세기에는 정보소통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창의적,융합적 독해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를 STEAM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초등학교 교육의 일환으로 주제통합 교육이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초등학교 전체가 다 주제통합 교과과정으로 변화하도록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초등학교 교사들은 교과서 기반 활동에 초점을 둔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구체적 방안이 없는 혼란 속에서 암기 위주의 교과서 기반 학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최근 제는 국어 교사 임용고시 참고서를 살펴보면서 '비판적 사고력' 훈련을 위해
필요한 내용은 수박 겉핡기 식으로만 제시되어 있어서 깊이 한탄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런 상태로는 우리나라 국어 교육의 미래가 암담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어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변해가야 할까요?
현재 전세계 국가들은 글로벌 경쟁을 위해 리터러시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리터러시 교육의 표준이 되는 것이 OECD에서 평가하는 PISA와 미국 교육 당국이 평가하는 CCSS입니다.
교육의 대상을 교과목 교과서에서 다양한 매체로 바꾸고,
교육방법도 교사 주도형 암기식 수업에서 학생 주도형 융합 탐구 수업으로 바꾸는 것이
리터러시 교육이 제시하는 변화의 방향입니다.
교사주도 티칭에서 학생주도 코칭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이런 변화들이 '임용고시'에 더 적극적으로 적용되어야 하고
기존 교사들은 '비판적 사고력' 교육을 반드시 재교육받아야 합니다.
현재처럼 국어를 교과목의 하나로 취급하는 교사 양성 시스템으로는 '리터러시' 교육을 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미국의 CCSS는 "언어 리터러시 학습은 모든 교과 콘텐츠의 핵심이다"라는 설명으로 교과목 지식의 통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CCSS에서 강조하는 스킬은 다음 네 가지입니다.
논리적,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위에서 살펴본 온톨로지를 통한 '개념화'와 '추론' 기술과 거의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효과적으로 학습하기 위해서는 인지학습이론에 기반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보처리이론은 기억의 구조와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컴퓨터의 정보처리 과정에 인간의 정신과정을 비유한 것입니다.
컴퓨터는 기호를 입력하고, 연산자를 사용하고 산출물을 만들어내는데,
인간도 컴퓨터처럼 숫자와 문자를 기호로 사용하고(입력), 문제를 풀며(연산), 해답을 만듭니다(출력).
정보처리모델에 기반해서 본다면, 컴퓨터와 인간의 정보 처리 과정은 매우 유사합니다.
따라서 21세기 정보화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리터러시 교육은 정확한 단어를 사용하고 처리하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
컴퓨터가 그렇듯이 온톨로지를 수단으로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개념화' 훈련은 적성시험을 대비하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아래 문제를 한번 살펴봐요. 연세대학교 논술문제입니다.
낙관적이라는 말과 대립적인 말은 현실적이 아니라 비관적입니다.
미래를 실제 일어날 일에 기반해 생각했을 때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낙관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사람입니다.
따라서 낙관적인 사람이 반드시 비현실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항대립적으로 '낙관적'이라는 개념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온톨로지'가 추구하는 바인 동시에 '리터러시'가 추구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즉 '온톨로지' 교육은 '리터러시' 교육에 적합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공교육 언어수업은 리터러시 학습을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갖추지 못한 채
여전히 기존의 지식전달형 교육 방식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논리학자이자 교육자인 존 듀이의 명언은 지금 한국의 교육 현실과 정확하게 대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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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부터는 수능, 리트, 피트 등 언어문제의 출제오류들에 대해 다루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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