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원준입니다.
예고했던 대로, 수능과 리트의 출제오류들을 정리해보는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우선, 2004년 수능국어 17번의 출제오류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
우선 문제부터 보여드립니다.
(가) 고향
백석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어 누어서 어느 아츰 ㉠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집드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 정주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씨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씰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띄고 막역지간(莫逆之間)이라며 수염을 쓴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다시 넌즈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어 맥을 보는데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
17. (가)의 ㉠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을 <보기>에서 고르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 테세우스는 미궁으로 들어가 비밀의 방에 이르고자 한다. 비밀의 방에는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있다. 미궁을 통과하는 길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한번 들어가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미궁으로 들어가는 문은 누구에게나 보이는 것이 아니다.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존재하고 열리는 문이다. 테세우스는 미궁의 문을 찾아 실 끝을 미궁의 문설주에 묶어 놓은 뒤 자신의 예지와 본능으로 미로를 더듬어 비밀의 방에 이른다. 테세우스는 괴물을 죽인 후 실을 따라 무사히 밖으로 나온다. 이 '미궁의 신화'는 문학 예술 작품에서 다양하게 변형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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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테세우스 ② 미노타우로스 ③ 미궁의 문 ④ 비밀의 방 ⑤ 실
처음에 제시되었던 답은 ③이었지만 나중에 문제가 되자 ⑤도 복수정답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이 글은 다음 두 가지 의문을 해결하고자 합니다.
(1) 왜 출제위원은 ③을 정답이라고 주장했었는가?
(2) 왜 ⑤도 복수정답으로 인정되었는가?
(1) 왜 출제위원은 ③을 정답이라고 주장했었는가?
17번 문제에 대한 출제위원의 해설은 교평에서 공개했습니다.
출제위원의 해설은 너무 길어서 '참고자료1'로 뒤에 따로 싣습니다.
출제자는 '들어가다' vs '나오다'라는 이항대립에 따라 이 문제를 구상했습니다.
해설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가)의 시에서 '나'는 '고향'에 가고자 하고 '의원'은 고향에 가는 매개가 됩니다.
<보기>에서 테세우스는 미궁에 들어가고자 합니다.
따라서 <보기>에서 '의원'의 역할과 가장 유사한 것은 '문'이라는 논리입니다.
실은 나중에 미궁에서 빠져나올 때 필요한 것이지 들어갈 때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정리하면 아래와 같이 됩니다.
'나 - '의원' - '고향'
= '테세우스' - '미궁의 문' - '미궁의 방(비밀의 방)'
따라서 '㉠의원'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은 '③ 미궁의 문'이라는 해설입니다.
(2) 왜 ⑤도 복수정답으로 인정되었는가?
그러나 테세우스는 마노타우로스를 죽인 후에는 밖으로 나가려고 할 것입니다.
'백석'의 시에서도 '나'는 고향을 떠나 향수병으로 인해 몸이 아픈데 이는 마치 미로 속에 빠져 있는 상태와 유사합니다.
밖으로 빠져나가려면 '문'에 도달해야 합니다.
그런데 실은 문에 도달하는 '길잡이'가 되어 줍니다.
따라서 정답이 실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입니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이 됩니다.
'나 - '의원' - '고향'
= '테세우스' - '실' - '미궁의 문'
따라서 '㉠의원'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은 '⑤ 실'이라는 해설입니다.
한편, 테세우스가 미궁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고 해석할 경우에도
'미궁의 문'이 답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이 됩니다.
'나 - '의원' - '고향'
= '테세우스' - '미궁의 문' - '미궁의 밖'
따라서 '㉠의원'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은 '③ 미궁의 문'이라는 해설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해석은 모두 타당한 근거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보기>에 대한 다음 세 가지 해석 중 어느 한 쪽이 옳다고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목적지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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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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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의 방(비밀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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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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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의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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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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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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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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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교평에서도 복수정답을 인정했고, 법원에서도 이를 인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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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관건이 되는 것은 테세우스가 어디로 가려고 했느냐입니다.
이를 확실하게 '미궁의 방(비밀의 방)'으로 확정시켜줄 수 있다면 출제자의 의도를 살려 복수정답을 없앨 수 있습니다.
테세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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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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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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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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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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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또는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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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 문제를 출제자의 의도에 맞게 수정하면서 함정을 감추려면
<보기>에서 '들어가려 한다'는 정보만 주고 '나가려고 한다'는 정보를 주지 않으면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밖에 나왔다는 문장을 삭제해 버리면 됩니다.
(밑줄 위치는 옮기구요)
(이원준 강사가 복수정답이 나오지 않도록 수정 - 한 문장 삭제)
17. (가)의 ㉠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을 <보기>에서 고르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 테세우스는 미궁으로 들어가 비밀의 방에 이르고자 한다. 비밀의 방에는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있다. 미궁을 통과하는 길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한번 들어가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미궁으로 들어가는 문은 누구에게나 보이는 것이 아니다.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존재하고 열리는 문이다. 테세우스는 미궁의 문을 찾아 실 끝을 미궁의 문설주에 묶어 놓은 뒤 자신의 예지와 본능으로 미로를 더듬어 비밀의 방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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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테세우스 ② 미노타우로스 ③ 미궁의 문 ④ 비밀의 방 ⑤ 실
교평 출제위원의 해설을 보고 싶은 분은 아래 참고자료1을 읽어보세요.
불필요할 정도로 길게 서술했는데
요지는 '들어가다'와 '나오다' 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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