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1일 수요일

3월 학평 B형 19번 출제오류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2015년 3월 6일 금요일

빈칸추론 풀이법 1+3 원칙


안녕하세요. 1+3원칙의 이원준 강사입니다.
앞으로 오르비에 여러분에게 유익한 지식을 전하는 칼럼을 연재하려고 합니다.




오늘 주제는 수능 영어 빈칸추론 풀이법입니다.
제 학생들이 제 1+3원칙을 배우고 나서 수능 영어 빈칸추론에도 잘 적용된다고 기뻐하더군요. 그 노하우를 공개하려고 합니다.
 
우선, 예제문제를 함께 보겠습니다.
2013년 6월모평 28번입니다.
정답률 36%로 오답률 1위 문제입니다.
첨부파일로도 문제를 올렸으니까 꼭 한번 풀어보시고 계속 읽어주세요.


이 지문과 선택지의 해석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리말로 읽어도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수능은 매우 공정해야 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객관적 규칙이 존재합니다.
그 규칙을 제압하는 1+3원칙을 소개할게요.
1+3원칙은 지문을 읽는 1원칙과 문제를 푸는 3원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먼저 틀린 선택지를 만드는 3원칙을 소개하겠습니다.




이 1+3원칙은 수능 국어나 릿밋딧 언어 문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수능 영어에도 적용됩니다. 수능 영어도 미국인에겐 국어 문제이니까요.


우선 빈칸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지 생각해봐요.
이 글의 논증 형식을 보면 사슬처럼 이어져 있는 연쇄논증 구조입니다.
(논증의 기본 형식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말씀드릴게요)


따라서 빈칸에는 앞의 문장과 논리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문장이 들어가야 합니다.

연쇄논증에 대한 퀴즈를 하나 보여드릴게요.
한번 풀어보시겠어요?



이 퀴즈는 알렉 피셔라는 논리학자의 책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이 분은 유명한 논리교육전문가인 동시에 적성시험 출제를 많이 하시는 실무자세요.

이 퀴즈의 정답은 1번입니다. 왜냐하면 ㉠→㉡→㉢ 구조에서 ㉠은 ㉢의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원래 예제 풀이로 돌아와봐요.

1번 선택지는 단어 추가/삭제를 이용해 맞는 문장을 틀린 문장으로 바꿨습니다.
'B of A'에서 'B of'를 함부로 빼면 안 됩니다.
그 결과, 논리적으로 앞문장과 연결이 안 됩니다.


2번 선택지는 단어 순서바꾸기를 이용해 맞는 문장을 틀린 문장으로 바꿨습니다.
'A outweighs B'를 'B outweighs A'로 바꾸면 안 됩니다.



3번 선택지는 단어 바꾸기를 이용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easiness'를 논의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out of topic'(논점일탈)에 해당합니다. 그 결과, 논리적으로 앞문장과 연결이 안 됩니다.



5번 선택지도 단어 바꾸기를 이용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정치형태의 가치 평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치 형태의 면모'가 중요하기 때문에 역시  'out of topic'(논점일탈)에 해당합니다.
그 결과, 논리적으로 앞문장과 연결이 안 됩니다.


남아있는 4번 선택지가 정답 선택지입니다.

왜 4번이 정답이냐면 앞의 문장과 '따라서'로 연결될 수 있는 선택지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정치 구조가 동일하더라도 면모(flavors)는 다른 경우가 있다. 따라서 정치 구조가 면모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논리적으로 매끄럽게 연결됩니다.

왜냐하면, A determines B(A가 B를 결정한다)라는 syntax(구문)는 'A가 동일하면 B가 동일하다'로 읽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빈칸 앞에 나왔던 'A가 동일한데 B가 다른 경우가 있다'는 'A가 B를 결정하지 않는다'를 함축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제가 국어강사이기 때문에 '결정하다'를 특히 더 강조하고 싶네요.
다른 영어 강사분들은 이 문제를 해설하시면서 '결정한다'를 강조하질 않으시더라구요.

'A가 B를 결정한다'라는 말에서 A나 B에 들어갈 수 있는 단어의 수는 무한히 많지만
형식이 같으면 그 그 의미는 언제나 동일합니다. 'A가 동일하면 B가 같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수능 영어나 국어를 대비하기 위해서 무한히 많은 배경지식이나 어려운 단어(특히 고유명사!)에 집착하는 대신 쉬운 동사나 형용사 등 등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아셔야 합니다. 그러면 공부량이 확 줄어들 수 있어요.


아래 문제도 한번 풀어보시겠어요?
1994년 수능 문제입니다.
해설부터 보지 마시고 꼭 문제를 먼저 풀어보세요.
제가 1994년 수능 국어 2차 문제를 변형한 '정답찾기게임'입니다.



잘 적용되시나요?
교평은 20년 전에도 '결정한다'를 이용해서 문제를 만들어 왔어요.
그런데 20년 동안 학교에선 이런 중요한 내용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문장의 형식보다 내용을 중요시했기 때문입니다.
학력고사 시대와 본질적으로 바뀐 점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치과의사를 그만두고 국어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생각하는 방법을 미래인재인 학생들에게 반드시 가르쳐야 하거든요.

이 문제의 해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렇듯, 선택지를 틀린 문장으로 만드는 3원칙과 그 배경이 되는 추론의 규칙들은 영어든 한국어든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용의 암기가 아니라 형식의 이해입니다.
생각의 틀을 갖추고 나서 다양한 소재에 적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공부법입니다.
반면, 내가 읽었던 것과 똑같은 지문 내용이 나오는 것을 바라는 것은 로또 같은 요행을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1+3원칙을 통해 여러분이 더 효율적으로 시험을 준비하셔서 성공하시길 기원합니다.

2015년 2월 21일 토요일

출제오류 시리즈(4) - 비밀주의가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가?

안녕하세요. 메가스터디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규칙을 제압하는 1+3원칙의 이원준 강사입니다.

설 연휴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오늘 수학능력시험이나 법학적성시험 등을 출제하는 분들을 비판하려고 합니다.
사고력을 물어보는 시험을 출제하면서 왜 그걸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는 거죠?

고등학생들이나 대학생들은 적성시험을 잘 풀 줄 모릅니다.
그래서 출제기관에서 제대로 가이드를 해주지 않으면 잘못된 방향의 공부를 하게 됩니다.
불안하니까 배경지식을 파고들게 될 가능성이 커요.
또는 정확한 구문독해를 하는 대신 지문적중을 해준다는 강사나 비과학적인 속독법 등을 찾아다니게 됩니다.
즉, 목이 마르니까 마시면 안 되는 소금물을 마시게 됩니다.

고등학생들과 대학생들을 소금물에서 해방시켜 줄 방법은 간단합니다.
깨끗한 물을 주면 됩니다.
적성검사의 출제원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되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 교평과 연구단 같은 출제기관에서는
비밀주의의 벽이 너무나 높습니다.

연구단에서 발행한 <법학적성시험연구>의 2011학년도 법학적성시험 언어이해 11번 문제의 해설을 보면 참 슬픕니다.
비밀주의의 벽이 출제위원과 연구단 사이에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보여드리지 않고 해설부터 보여드리는 이유는 뒤에 설명하겠습니다.





ⓒ 법학적성시험연구, 2012년판
(위의 인용은 공익적, 학술적, 교육적 목적의 인용입니다.)

이상한 점을 발견하셨나요?

위의 해설을 보면 정답이 4번입니다.
그런데 해설을 읽어보면 논리가 굉장히 장황하고 자의적입니다.
"어떤 위해가 가해질 수 있음을 암시하거나 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순간 바로 침해가 발생하게 되는 지위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 원... 읽고도 이해가 잘 안 됩니다.


"천하의 아귀가 왜 이리 혓바닥이 길어?" ⓒ 타짜

왜 그러냐면 해설을 쓴 사람이 문제를 헷갈렸기 때문이죠.
지금 해설에 따르면 모든 선택지가 다 거짓입니다.



이 문제의 발문은 '적절한 것은?'입니다. 따라서 정답인 4번은 참인 선택지여야 합니다.

그런데 연구단의 연구원이 출제진이 남긴 자료를 바탕으로 해설을 쓰다가
어느 순간 발문의 '적절한 것은?'을 '적절하지 않은 것은?'으로 혼동한 것이죠.
그래서 답이 4번인 건 아는데 끼워맞춰야 하니까 궤변으로 점철된 해설이 나온 것입니다.
맞는 문장에서 최선을 다해 틀린 이유를 찾아내야 하는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겠지요?

제가 이런 해설 오류들을 알려주기 위해 연구단에 전화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책임자와 통화를 하면서 제 신분을 밝혔는데
책임자는 냉랭하게 "우리는 지금 사교육과 전쟁을 하고 있다"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간곡하게 "이걸 믿고 공부할 학생들을 위해서 오류를 잡아주셨으면 합니다"라고 했지만
다음 해에 오류들이 수정되지 않고 동일하게 출판된 것을 보면서 황당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블로그에 오류들을 올리는 것이기도 하구요.
이 글이 앞으로 출제기관의 눈에 띄어서 출제 오류나 해설 오류를 피하기 위한 가이드가 되길 바랍니다.

이 문제 자체에 대한 긴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비밀주의'의 폐해이기 때문입니다.

2011년 리트 문제는 연구단이 인쇄와 시험 운영 등을 맡고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출제를 맡은 것입니다.
리트의 공식적인 출제기관인 연구단에서 출판한 해설서가 틀렸다는 것은
출제위원들이 제대로 된 자료를 남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출제자료를 남겼다면 연구단이 이런 해설서를 썼을 리가 없죠.

그리고 이 해설서는 '출제기관'이 낸 '공식해설서'입니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요.
출제기관의 기출 해설서가 아니라 다른 강사의 기출해설서였다면 저도 이렇게 인용까지 하면서 비판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출제위원과 출제기관 사이는 물론 출제위원 사이에도 이러한 비밀의 벽이 너무 높습니다.
그래서 노하우 공유나 축적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습니다.

실제 교육현장에서도 이런 일은 종종 일어납니다.
너무나 기분 좋게 수업을 잘 했는데 알고보니 답을 잘못 알고 강의했다는 우스개 소리를 하는
국어강사가 있는데, 국어가 아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열심히 문제에 대한 해설을 하고 수업을 듣는 시늉만 할 뿐,
실제로는 아무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닐까요?
공부하는 시늉만 할 뿐 누구도 진지하게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중에는 해설서가 넘쳐나지만 그 해설은 주먹구구식에 틀린 내용도 많고 불필요한 내용도 많은데
누구도 문제삼지 않는다. 그 이유는 뭘까요?


ⓒ NORIFUSA MITA, 꼴찌 동경대 가다, 5권

배운 내용과 상관없이 어차피 시험을 볼 때는 각자 알아서 감으로 문제를 풀기 때문이 아닐까요?

가장 큰 장벽은 학생과 출제기관 사이에 있습니다.
만일 교평이나 연구단이 다른 민간교육기관처럼 Q&A게시판을 운영했다면
이런 오류는 유지되지 않고 분명 수정되었을 것입니다.

이런 비밀주의의 폐해는 리트만 아니라 수능에도 있습니다.
최근 나온 EBS수능특강을 보니 정말 해설이 엉망이더군요. 해설 쓰는 거 참 쉽죠.
선택지 B가 맞는 것이고 근거가 A부분이면 'A이기 때문에 B이다.'라고 쓰고,
만일 선택지 B가 틀린 것이고 근거가 A부분이면 'A이기 때문에 B가 아니다' 또는
'A라고 해서 B는 아니다.'이렇게 쓰면 되니까요.
읽다보면 정말 극혐입니다. 선생님이라 불리면서 가르치는 사람이 그러면 안 돼죠.




비밀의 벽은 출제기관과 교사들 사이에도 있습니다.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바뀐 후에도 국어 교과서는 본질적으로는 변한 것이 없습니다.
학력고사와 수능은 다른데, 학력고사 시대 교과서와 수능 시대 교과서는 같은 이유가 뭡니까?
그럼 어떻게 교과서만으로 수능을 준비할 수 있다는 거죠?
국어교과서 저자(대부분 문학박사들)가 수능을 보면 만점 맞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나요?
만일 그렇다면 왜 교수를 겸하는 시인들이 자기 시가 출제되었을 때 자꾸만 틀리는 거죠?
(최승호 시인, 황지우 시인, 오은 시인 등...)
그런데 꽤 유명한 수능 국어 인강강사는 시인의 성향을 외워서 문제를 풀라고 시킵니다.
정작 시인도 자기 시를 소재로 한 문제를 틀리는 판인데요.


출처 : 제가 한 학생에게 어제 받은 카톡입니다. 학생의 동의를 받고 올립니다.

수능 국어에 적합한 사고력을 가르치는 대신 어떻게든 수능 국어를 암기과목으로 바꿔서 가르치려는 교사들이 많습니다.
학원 강사들도 예외가 아니죠.
배경지식, 어휘, 어법, 작품감상, 문항별 풀이법, 유형별 독서법 등을 외우게 만들어서 강의시간을 늘려 돈을 벌려는 거죠.
누군가는 이런 걸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사고력도 늘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런 걸 암기해도 사고 능력 향상에 소용이 없다는 건 이미 충분히 입증된 사실입니다.
소금물도 물이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몸에 해롭지 않습니까?
지금 방식이 소금물을 조금 주는 겁니까? 아예 염전 노예를 만들려는 거죠!

또는 지문적중을 해준다고 사기를 치는 강사들이 있습니다.
그러다 적중이 안 되면 '무당처럼 맞출 수는 없다'라고 변명하지요.
(절대 사과도 안 합니다.)

수능 국어는 정보가 부족해 '소금물'이 팔리다보니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국어 교사가 신뢰를 잃게 되었습니다.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해도 성적이 안 나오고, 옆에서 노는 것처럼 보이던 친구가 성적이 잘 나오니까요.
그래서 학생들이 국어를 열심히 공부하지 않게 되는데 국어 공부는 정말 중요합니다.
모든 과목의 기초가 되는 공부니까요.
예들 들어, 재수 성공을 예측할 때 가장 의미 있는 변수가 국어 성적입니다.
국어를 제대로 가르치고 배우지 않는 것은 국가경쟁력면에서 엄청난 손실입니다!

ⓒ NORIFUSA MITA, 꼴찌 동경대 가다, 5권


다음과 같은 평범한 국어수업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수능출제의 원리를 교사들이 모른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그 원리를 안다면 구문과 논증을 가르치지 아래와 같이 문학작품 품평회처럼 수업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늘 말하듯 시험은 미국식인데 가르치는 건 일본식인 겁니다.

ⓒ NORIFUSA MITA, 꼴찌 동경대 가다, 5권


수능 국어나 리트는 적성검사에 맞게 통합교과적으로 공부를 해야지 교과서나 참고서를 암기하면 안 된다고
출제기관이 확실하게 말해주지 않기 때문에 교사와 학생들이 고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교평과 정부는 EBS-수능 연계로 참고서 암기를 부추기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비밀주의가 한국의 국어교육을 망치고 있습니다.
수능을 준비한다는 목적을 기준으로 평가해본다면,
교사도 학생도 타성에 젖어서 바보 같고 쓸데없는 국어공부를 하고 있으니까요.
사고력을 측정한다는 수능의 목표는 다들 무시하는 것 같습니다.

수능과 법학적성시험 출제위원은 다른 출제위원들, 출제기관, 학생들과 단절되어 있고
자주 교체되기 때문에 사명감을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습니다.
제가 아는 한 출제위원은 출제기간이 되기 전에는 완전히 시험을 잊고 산다고 하더군요.
본업이 출제위원이 아니라 대학 교수니까요.


ⓒ NORIFUSA MITA, 꼴찌 동경대 가다, 5권

우리는 우리를 가르치는 교사들이 수능 국어를 공부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겠죠.
그럼 그 교사들은 누구에게 배웠을까요?
국어교육과나 국문과 교수, 그리고 임용고시 강사들에게 배웠겠죠?
그런데 국어교육과 교수는 수능 국어를 공부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알고 있나요?
만일 알고 있다면 그 교수는 누구고, 그 교수가 쓴 논문이나 책은 어디에 있죠?
근거를 제대로 묻지 않으면 비합리적인 관행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전문가니까 잘 알아서 하고 있겠거니 하면 황당한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학원에 가느라 귀가가 늦어지지 않도록 밤 10시까지 야자를 시킨다거나..)
왜냐하면 많은 전문가들은 순수하지 않거든요.



벌거벗은 임금님 동화를 보면 임금님이 벌거벗고 행진할 때 왜 임금님의 신하들은 침묵하고 있었을까요?
복잡한 정치적 계산을 했기 때문이겠죠.

지금 교육부나 교사, 출제기관 등이 적성평가 문제의 본질, 원리, 비밀을 명확하게 학생들에게 제시해주지 않는 것은
복잡한 정치적 계산이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 수능의 아버지 박도순 교수 인터뷰에서)

저야 저 동화에 나오는 소년처럼 '순수'하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막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구요. ㅎㅎ
정책 결정자들이 사교육이랑 '전쟁'을 하려고 들지 말고 '도움'을 좀 받았으면 좋겠네요.



비밀주의에 대한 비판은 다음 글에서도 이어나가겠습니다.

2015년 2월 13일 금요일

출제오류 시리즈(2)-LEET, (3)-MEET


출제오류 시리즈 (2)

안녕하세요. 이원준 강사입니다.


오늘은 출제오류 시리즈 2번째 시간으로 LEET예시문항의 출제오류를 다뤄보겠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번에 제가 처음 제기하는 문제일 것입니다.
예시문항이다보니 시험을 치른 수험생도 없었고 이의제기도 없어서
출제오류가 있었더라도 드러나질 않았습니다.


이 출제오류 시리즈에는 학생들의 학습을 도우려는 의도도 있지만 출제오류를 줄이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출제오류가 있으면 똑똑한 학생들이 괜히 고생하거든요.


2009년 LEET예시문항 지문 (출처 : 교평)
   
    우수한 기업들이 그 선도적 지위를 어떻게 상실할 수 있는가를 설명하는 와해성 혁신 이론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 ㉠디스크 드라이브 산업을 연구한 결과 탄생했다. 그는 혁신적 기술을 기존 제품의 성능을 더욱 향상시키는 존속성 기술과, 초기 단계의 성능은 존속성 기술보다 떨어지지만 존속성 기술과 전혀 다른 가치를 지녔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이 경과하면 존속성 기술이 가지고 있던 시장을 급격히 무너뜨리는 와해성 기술로 구분하였다.
​
 ​와해성 기술은 존속성 기술에 비해 그 성능이 미흡하지만 색다른 가치의 측면을 높이 평가받는 특징이 있다. 이 기술을 응용한 제품은 일반적으로 더 싸고 더 작고 더 단순하고 더 편리하다. 이러한 와해성 기술 역시 자체적으로 성능이 향상되어 당초의 존속성 기술 시장이 요구하던 수준에 도달하면, 그때부터 소비자를 급속히 흡수함으로써 존속성 기술이 가졌던 시장을 ‘와해’시키게 된다.





6. 와해성 기술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② 초기에는 시장을 거의 갖고 있지 않다가 점차 기존의 시장을 점유한다.

③ 새로운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기 때문에 높은 제품 가격을 형성한다.

 
   


(1) 점차
'급격히'라는 말은 빠르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느리다'는 의미를 가진 점차로 바꿔쓰면 의미가 반대가 됩니다.


(2) 높은
와해성기술이 존속성기술보다 가격이 더 싸다고 했으므로
와해성기술이 '높은' 가격이라고 하면 틀린 문장이 됩니다.


(3) 새로운
'새로운'이란 말은 '전에 있은 적이 없었던'이라는 뜻입니다.
'존속성 기술이 가지고 있었던 시장'이라면 전에 존재했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이 아닙니다.


지문에 따르면 와해성 기술은 낮은 가격을 무기로 기존의 소비자들을 급격히 흡수합니다.
선택지에 나타난 중요 단어들을 이항대립으로 아래에 정리했습니다.
녹색은 맞는 단어이고 빨간색이 틀린 단어입니다.
(신호등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2번과 3번에 모두 빨간색 단어가 보이죠?
정답이 두 개란 이야기입니다.

이 문항은 출제오류가 있어서 복수정답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4) 가능한 반론
예전 시장이 와해되어 사라졌다고 가정한다면 와해성기술의 시장은 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역시 충분한 근거를 갖춘 좋은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문과 함께 제시된 그림에서 시장들을 그린 선이 연속적이라서
'기존의' 시장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출제자의 의도에 더 부합한다고 보았습니다.
'와해'된 것은 '시장' 자체가 아니라 '시장 점유율'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설사 이 부분에서 '기존의'가 틀렸고 '새로운'이 맞다고 하더라도
②는 '점차'가 틀렸고 ③은 '높은'이 틀렸기 때문에 이 문항이 복수정답이라는 결론은 그대로입니다.


(5) 출제기관에의 건의
이 문항에 대해 교평은 답과 해설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회의록을 찾아보니 불필요한 논란을 예방하기 위해 해설을 공개하지 말자고 했는데
저는 그런 비밀주의가 더 큰 혼란을 일으킨다고 봅니다.
③을 정답으로 ②를 오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새로운 시장'을 논란의 여지가 없는 '새로운 소비자'로 바꾸는 것이 좋겠습니다.


수정건의안
②(오답) 초기에는 시장을 거의 갖고 있지 않다가 급격히 기존의 소비자를 점유한다.
③(정답) 새로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기 때문에 높은 제품 가격을 형성한다.


아마도 예시문항은 실제문항보다 출제 인원도 적고, 긴장감도 떨어져서 이런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부디 출제 기획의원들이 이 글을 모니터링하셔서 다음에는 이런 실수를 피하셨으면 합니다. 


나중에 다룰 PEET예시문항의 출제오류에 대해서는 교평에 연락해서 피드백을 받은 바가 있지만
이 LEET예시문항에 대해서는 아직 피드백을 받은 바가 없습니다.
만일 출제기관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면 기쁘겠네요.


출제오류 시리즈 (3)

안녕하세요. 이원준 강사입니다.
오늘은 출제오류 시리즈 세 번째로 2008년 MEET 언어추론 11번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2008년 MEET 언어추론 11번)
​
패러데이의 독창적인 개념을 수학화할 수 있음을 보인 인물이 맥스웰이다. 그는 공간을 메우는 매질이 어떤 방식으로 변형되어 전자기적 영향력이 전파되는지를 수학적인 형태로 표현하였다. 더 나아가서 그는 당시에 전자기 현상에 대해 알려진 것 대부분을 몇 개의 ‘맥스웰 방정식’의 체계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맥스웰 방정식은 서로 결합되었을 때, 광속으로 공간을 퍼져 나가는 전자기적 파동이 존재한다는 것을 예측해 줌으로써 빛이 일종의 전자기파라는 발견에 이르게 하였다. 처음에 맥스웰은 이 방정식들을 구축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공간을 메우는 연속체의 역학적 모형들을 동원하였지만, 방정식들만으로 관련된 모든 현상을 기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사실까지 예측할 수 있게 되자 그 모형들을 폐기했다. 이로써 그의 방정식이 표현하는 전자기장은 어떤 다른 것으로 환원되지 않는 궁극적인 실재가 되었다. 이렇게 맥스웰의 전자기학은 역학적 함축을 벗어 버렸고, 연속적 장 개념은 물리적 실재를 기술하는 새로운 방법으로서 이후 물리학에 근본적인 변혁을 유발하는 토대가 되었다.

​
위 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65%)
 
① 뉴턴의 공간은 비어 있으나 맥스웰의 공간은 매질로 채워져 있다.


 
   


 ① 을 출제기관은 맞는 문장으로 보았습니다.
뉴턴의 공간이 비어 있는 것은 여기서 제시되지 않은 지문 앞 부분에 분명히 나와 있으니 문제되지 않습니다.
쟁점이 되는 부분은 이 문장의 뒷부분 '맥스웰의 공간은 매질로 채워져 있다."입니다.


지문을 살펴보면 맥스웰은 초기에는 패러데이와 마찬가지로 '매질'이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제가 녹색으로 표현한 부분입니다.)
매질이 변형되면서 전자기적 영향력이 전파된다면 매질도 당연히 있어야겠지요.
없는 것이 변형될 수는 없을 테니까요.


문제는 빨간 색으로 표시한 뒷부분입니다.
맥스웰은 처음에는 공간을 매우는 연속체를 가정했지만 이 모형을 폐기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연속체란 '매질'을 말합니다.
따라서 전자기장은 어떤 다른 것으로 환원되지 않는 궁극적인 실체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언어적이나 논리적 관점으로 볼 때 "맥스웰의 공간은 매질로 채워져 있다"라는 말은 거짓이 됩니다.
왜냐하면 초기 맥스웰의 공간은 매질로 채워져 있었지만 후기 맥스웰의 공간은 전자기장으로 채워져 있고 매질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일 A가 B일 때도 있고 B가 아닐 때도 있다면, A가 B라고 단정해서는 안 되겠지요.
따라서 이 문항은  출제오류를 가진 문항입니다.


 초기 맥스웰의 공간후기 맥스웰의 공간 
 매질로 채워져 있음  매질로 채워져 있지 않음



원칙대로라면 복수정답이 인정되었어야 하는데 그냥 넘어갔습니다.
출제자는 아마도 머릿속에서 입자론 : 파동론의 이항대립은 염두에 두었지만
파동론 속에서 맥스웰의 전기와 후기의 차이는 지문 속에 명시되었는데도 간과한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출제자가 이 글을 읽는다면 꼭 참고하셔서 다음에는 실수가 없도록 해 주십시오.
정확하게 독해한 능력 있는 친구가 불이익을 받으면 안 되니까요.


복수정답이 없도록 수정한다면 아래와 같이 수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① 뉴턴의 공간은 비어 있으나 초기 맥스웰의 공간은 매질로 채워져 있다.



이미지 출처 : http://resonanceswavesandfields.blogspot.kr/2011/07/deriving-electromagnetic-wave-equation.htm
l




참고로 이 지문에 대한 물리적인 의미도 언급해보죠.
적성시험에서 중요한 본질은 언어적, 논리적 형식입니다.
그러나 내용에 대해서도 우리가 궁금증을 갖는 것은 당연하니까요.
배경지식이 본질이라는 착각에만 빠지지 않으면 리트나 수능, PSAT 같은 적성시험을 준비하면서 배경지식을 조금 쌓는 것이 나쁠 리 없죠. 안타까운 점은 한 8:2정도로 노력을 나눠서 언어적인 것에 8정도 집중하고 배경지식은 한 2정도 공부하면 되는데, 암기식 학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적성시험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과 선생들이 배경지식에 너무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전자기장의 구성성분은 광자입니다.
보통 파동의 속도는 매질에 대한 속도로 정의됩니다.
그런데 맥스웰 방정식 속에는 매질이 없습니다.
예전에는 전자기파(빛)가 에테르라는 매질을 통해 전파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맥스웰에 따르면 전자기장은 에테르라는 매질을 통해 전파되는 파동이라고 환원할 필요 없이 그냥 전자기장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광속으로 공간을 퍼져나가는 전자기적 파동'에서 광속이라는 것은 무엇을 기준으로 한 속도일까요?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맥스웰 방정식에서 속도의 기준이 필요없는 것은 광속이 기준에 상관없이 항상 일정하기 때문입니다.
즉, 맥스웰 방정식의 해석을 통해 아인슈타인은 빛이 모든 것에 대해서 광속이라는 것을 추론했습니다.
그래서 맥스웰 방정식이 상대성이론의 토대가 된 것입니다.

2015년 1월 25일 일요일

적성시험을 대비하지 못하는 국어교육 전문가들

안녕하세요. 이원준입니다.


제가 이번주에 교보문고에 가서 국어교사 임용고시 책들을 찍어봤습니다.
두 칸이 국어교사 임용고시를 위한 책들이더군요.





문학과 문법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국어교육학이 있기는 하지만
교과통합적인 비판적, 창의적 사고를 가르치는 내용을 찾아보기는 어렵더군요.


즉, 현재 우리 국어 교육과정은 특정교과적 내용소재에서 하능정신능력 위주로 강의가 편성되어 있고,
통합교과적 내용소재에서 고등정신능력 위주의 강의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는 교육과정평가원의 연구자료에서도 아래와 같이 인정하는 바입니다.






그 결과로 학생들은 기계적 암기에 익숙해지고 고등정신능력을 물어보는 문제를 만났을 때 다음처럼 당황스러워 합니다.





그리고 수능이나 PSAT, LEET와 같은 적성평가들에 대해 국어교육전문가들은 굉장히 불편해 합니다.
왜 문학, 어휘, 어법을 많이 물어보지 않느냐는 것이지요.
관련 논문을 퀴즈로 꾸며봤습니다.





Quiz 김명석, PSAT 언어논리영역의 성격과 성과, 국어교육학회(2007)

다음 글에서 추론할 수 있는 국어교육 전문가들의 암묵적인 가정이 아닌 것은?

국어교육 전문가들은 PSAT 언어논리의 한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문제가 너무 어렵고 사변적이다. 지문이 문학적이지 않다. 국어 문법, 어휘 등도 평가해야 한다. 문학적 이해 및 표현 능력도 평가해야 한다. 표현능력이 굳이 논리적일 필요는 없다. 실질적 글쓰기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 논리적 분석은 일상적 의미를 왜곡한다. 형식논리에 집착하는 측면이 있다 등”
 
① 문제는 너무 어렵지 않아야 하고 사변적이지 않아야 한다.
② 지문은 문학적이어야 하고, 문법과 어휘도 중요하다.
③ 우리들은 비판적 사고를 가르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퀴즈의 정답은 댓글로 달아주세요)


국어교육 전문가들은 적성평가가 '논리'에 집착한다고 투덜대지만, 저는 오히려 반대로 묻고 싶습니다.
왜 국어교육 전문가들은 '문학'과 '지식'에 집착하는 걸까요?
논리교육 전문가들의 입장에서는 PSAT나 LEET 지문이 문학적이지 않은 것은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장점이 됩니다.


   
 

“문학 작품을 일반적인 정보적인 글로써 읽는 일이라면 대학 졸업생 수준의 고급 언어사용자들에게 물어질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인지가 늘 논란되었다.”
 (민찬홍(2013), 『사고력시험으로서의 LEET』)


출처 : http://www.le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103

 
   




최근 교총에서 수능을 학력고사로 바꾸자고 주장을 한 바 있습니다.

   
   
"한국교육단체 총연합회 (교총)은 수능은 문제은행식 국가기초학력평가로 전환해서 현재 능력에 대한 사실적인 지식 위주의 기초능력 평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통합적 사고력은 내신과 학생부로 측정하고, 전공교수 중심으로 면접을 시행해 학생의 미래잠재력을 측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출처 : http://www.nocutnews.co.kr/news/4332645)

 
   


이는 시대를 역행하는 발상이며 교육수요자보다는 교육공급자의 이익을 위해서 교육하겠다는 것입니다.
수능의 아버지 박도순 교수에 따르면 수능을 학력평가로 되돌리는 것은 수능을 망가뜨리는 것이고 학과 이기주의에 굴복하는 것입니다..

   
   
"박도순 교수 : 수능이 이렇게 망가질 줄이야...수학능력시험이 처음에는 말 그대로 교수와 학생 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능력, 그리고 학문을 하는 데 꼭 필요한 논리적 사고력, 이런 것 중심으로 생각을 했기 때문에 처음에 나왔을 적에는 아마 생소한 용어지만 탈교과적, 범교과적인 출제원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적성검사의 본질은 '능력'평가인데 자꾸만 '지식' 평가로 바꾸려고 하는 것은
학과 이기주의와 편의주의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국어교육 전문가들은 수능 국어에서 물어보는 능력의 범위를 확장시키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그 결과 초기의 범위(짙은 색)에서 현재의 범위(연한 색)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했고
과목의 이름도 '언어'에서 '국어'로 바꾸는 데 성공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통합교과적 공부가 강조되고 있는데 반해, 꾸준히 특정교과적 공부를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출처 : 교평  ORM 2009-22)


초기 수능언어에 비해 지금 수능 국어는 지식시험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특히 EBS연계를 통해 EBS교재지문과 문제를 암기하게 한 것은 비판적 사고력을 압살하는 교육정책이었지요.


올해 3월에 수능개선위원회가 대통령의 지시대로 '수능의 본래 취지'로 돌아가려고 한다면
지나치게 확장된 수능 국어의 영역을 다시 축소시켜서
'통합교과적', '사고능력' 시험으로 돌아갈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시험을 대비할 수 있도록 학교교과과정을 개편하고
임용고시도 그런 교과과정을 소화할 수 있는 인재로 선발할 수 있도록 재설계해야 하며,
기존의 국어교사들도 다시 재교육시켜야 할 것입니다.
토론이나 논술도 막연하게 해보는 자체에 의미를 둘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규칙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도하고
규칙에 따라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할 것입니다.


적어도 학교에서 국어 교사가 기본적 토론, 논술 교육 정도는 제대로 시킬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원래 수능의 이름은 '대학교육적성평가'였습니다.
다른 과목은 몰라도 수능 국어와 영어는 아직 통합교과적인 면이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수능 국어는 분명 적성평가인데 이를 지식평가라고 부르는 것은 '지록위마'가 아닌가 합니다.
수능은 적성평가입니다!
 

2015년 1월 16일 금요일

출제오류 시리즈(1) - 2004년 수능국어 17번


안녕하세요. 이원준입니다.

예고했던 대로, 수능과 리트의 출제오류들을 정리해보는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우선, 2004년 수능국어 17번의 출제오류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

우선 문제부터 보여드립니다.

 (가) 고향   
                            백석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어 누어서
어느 아츰 ㉠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집드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 정주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씨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씰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띄고
막역지간(莫逆之間)이라며 수염을 쓴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다시 넌즈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어 맥을 보는데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17. (가)의 ㉠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을 <보기>에서 고르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 테세우스는 미궁으로 들어가 비밀의 방에 이르고자 한다. 비밀의 방에는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있다. 미궁을 통과하는 길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한번 들어가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미궁으로 들어가는 문은 누구에게나 보이는 것이 아니다.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존재하고 열리는 문이다. 테세우스는 미궁의 문을 찾아 실 끝을 미궁의 문설주에 묶어 놓은 뒤 자신의 예지와 본능으로 미로를 더듬어 비밀의 방에 이른다. 테세우스는 괴물을 죽인 후 실을 따라 무사히 밖으로 나온다. 이 '미궁의 신화'는 문학 예술 작품에서 다양하게 변형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① 테세우스 ② 미노타우로스 ③ 미궁의 문 ④ 비밀의 방 ⑤ 실 



처음에 제시되었던 답은 ③이었지만 나중에 문제가 되자 ⑤도 복수정답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이 글은 다음 두 가지 의문을 해결하고자 합니다.

(1) 왜 출제위원은 ③을 정답이라고 주장했었는가?
(2) 왜 ⑤도 복수정답으로 인정되었는가?


(1) 왜 출제위원은 ③을 정답이라고 주장했었는가?

 17번 문제에 대한 출제위원의 해설은 교평에서 공개했습니다.
출제위원의 해설은 너무 길어서 '참고자료1'로 뒤에 따로 싣습니다.

출제자는 '들어가다' vs '나오다'라는 이항대립에 따라 이 문제를 구상했습니다.

해설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가)의 시에서 '나'는 '고향'에 가고자 하고 '의원'은 고향에 가는 매개가 됩니다.
<보기>에서 테세우스는 미궁에 들어가고자 합니다.
따라서 <보기>에서 '의원'의 역할과 가장 유사한 것은 '문'이라는 논리입니다.
실은 나중에 미궁에서 빠져나올 때 필요한 것이지 들어갈 때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정리하면 아래와 같이 됩니다.

'나 - '의원' - '고향' 
= '테세우스' - '미궁의 문' - '미궁의 방(비밀의 방)'

따라서 '㉠의원'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은 '③ 미궁의 문'이라는 해설입니다.



(2) 왜 ⑤도 복수정답으로 인정되었는가?

​그러나 테세우스는 마노타우로스를 죽인 후에는 밖으로 나가려고 할 것입니다.
'백석'의 시에서도 '나'는 고향을 떠나 향수병으로 인해 몸이 아픈데 이는 마치 미로 속에 빠져 있는 상태와 유사합니다.
밖으로 빠져나가려면 '문'에 도달해야 합니다.
그런데 실은 문에 도달하는 '길잡이'가 되어 줍니다.
따라서 정답이 실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입니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이 됩니다.

'나 - '의원' - '고향' 
= '테세우스' - '실' - '미궁의 문'

따라서 '㉠의원'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은 '⑤ 실'이라는 해설입니다.

 



한편, 테세우스가 미궁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고 해석할 경우에도
'미궁의 문'이 답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이 됩니다.

'나 - '의원' - '고향' 
= '테세우스' - '미궁의 문' - '미궁의 밖'

따라서 '㉠의원'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은 '③ 미궁의 문'이라는 해설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해석은 모두 타당한 근거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보기>에 대한 다음 세 가지 해석 중 어느 한 쪽이 옳다고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목적지 (고향) 
 정답
 미궁의 방(비밀의 방)
 ③
 미궁의 밖
 ⑤
 미궁의 문
 ③



따라서 교평에서도 복수정답을 인정했고, 법원에서도 이를 인정하였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수능 언어 17번 복수정답 인정 타당" (이광철기자)
2004년 수능에서 복수 정답 논란을 일으킨 언어영 역 17번 문제에 대해 법원이 복수정답이 인정된다고 판단, 논란을 사실상 매듭지었 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조해현 부장판사)는 8일 김모 군등 ③번 정답자 460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상대로 낸 복수정답인정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기각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다양한 의미의 함축과 어느 정도의 해석의 개방성이 필연 적일 수밖에 없는 시의 특성상 백석의 시 「고향」에서 `의원'과 보기의 `실'이 아 무런 기능적 유사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그 유사성에 관해 나름의 논리 적 근거가 제시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관건이 되는 것은 테세우스가 어디로 가려고 했느냐입니다.
이를 확실하게 '미궁의 방(비밀의 방)'으로 확정시켜줄 수 있다면 출제자의 의도를 살려 복수정답을 없앨 수 있습니다.

 테세우스
 정답 
  들어가다.
 ③
  나가다.
 ③ 또는 ⑤



따라서 이 문제를 출제자의 의도에 맞게 수정하면서 함정을 감추려면
<보기>에서 '들어가려 한다'는 정보만 주고 '나가려고 한다'는 정보를 주지 않으면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밖에 나왔다는 문장을 삭제해 버리면 됩니다.
(밑줄 위치는 옮기구요)

(이원준 강사가 복수정답이 나오지 않도록 수정 - 한 문장 삭제)

17. (가)의 ㉠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을 <보기>에서 고르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 테세우스는 미궁으로 들어가 비밀의 방에 이르고자 한다. 비밀의 방에는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있다. 미궁을 통과하는 길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한번 들어가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미궁으로 들어가는 문은 누구에게나 보이는 것이 아니다.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존재하고 열리는 문이다. 테세우스는 미궁의 문을 찾아 실 끝을 미궁의 문설주에 묶어 놓은 뒤 자신의 예지와 본능으로 미로를 더듬어 비밀의 방에 이른다. 테세우스는 괴물을 죽인 후 실을 따라 무사히 밖으로 나온다. (삭제) '미궁의 신화'는 문학 예술 작품에서 다양하게 변형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① 테세우스 ② 미노타우로스 ③ 미궁의 문 ④ 비밀의 방 ⑤ 실 

교평 출제위원의 해설을 보고 싶은 분은 아래 참고자료1을 읽어보세요.
불필요할 정도로 길게 서술했는데
요지는 '들어가다'와 '나오다' 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고자료1)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관리부입니다. 
17번 문항에 대해 11.12(수)에 이미 답변을 하였으나, 여러 수험생의 문의가 많이 들어와 
출제위원의 답변을 다시 한번 올려드립니다. 

백석과 이 문항에 대한 관심을 가져 주신 데 대해 감사 드립니다. 
백석의 [고향]은 시인의 감정이 절제된 좋은 시입니다. 
백석은 자기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것을 제한하고, 
사물의 객관적인 외양이나 형태를 어쩌면 무미건조하게까지 제시, 나열하거나 보여주는 시
를 쓰곤 했습니다. 
'고향' 하면 떠올리는 센티멘탈리즘, 향수병, 지나친 감읍벽 같은 것이 이 시에는 거의 없습
니다. 
[고향]은 북관에서 혼자 앓아 누운 시적 화자의 외로움과 고독감이 깊은 울림을 주는 시입
니다. 시적 화자의 병은 깊고 깊어서 매우 위태로워 보이지만 이 시에는 절규나 비명이 없
습니다.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은 평상심인 듯 보일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면에 숨겨진 그의 향수병은 이미 측정치를 넘어서 있었을 것입니다. 
시인은 고향 정주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뼈에 사무치는 경험을 했을 것입니다. 
시인은 오래 혼자 앓다가 의원을 찾습니다. 옛 한의들이 그러하듯 의원의 풍채는 신선처럼 
그려져 있습니다. 
약이 아니라 마음으로 병을 고친다는 동양 의법을 증명이라도 하듯 병자의 맥을 짚는 의원
의 손길은 섬세하고 따뜻합니다.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은 분명 신선의 손이지요. 
그는 병의 원인과 치유법에 대해 말하는 대신 병자에게 고향을 묻습니다. 
그리고는 한참의 대화가 이어집니다. 
시인과 한의의 대화가 이어지는 시간은 시인이 고향을 떠올리고 그로 인해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한 시간이기도 한 것입니다. 

여기서 의원의 기능에 대해 우리는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보기> 지문에서 테세우스의 목표는 분명 비밀의 방에 이르는 것입니다. 
이 시에서도 시적 화자가 이르고자 하는 것은 '고향'입니다. 
고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고향으로 가는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없어 화자는 앓아 누웠던 것이지요. 화자는 의원을 찾습니다. 
의원과의 대화를 통해 화자는 고향으로 가는 길을 얻게 됩니다. 
의원은 고향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입구, 문과 같은 기능을 한 것이지요. 
의원은 화자의 병이 향수병이며 그 병을 치유하는 것이 바로 대화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입니다. 그래서 의원은 그 계기를 제공해 줍니다. 
시에서도 '북관/고향'이 선명하게 장면 전환되는 것도 바로 '의원'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북관', '고향' 사이의 '막'(거울)과 같은 존재인 것입니다. 즉 '북관'에서 '고향'으로 가는 '
문'의 기능이지요. 의원을 만나지 않았다면 화자는 고향을 찾지 못했겠지요. 
그리고 고향도, 아버지도, 친구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을 것입니다. 
'북관/고향'은 이원적으로 존재해 있지만 '의원'은 이 공간을 연결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준 것입니다. 
계기만 주어지지 그 길을 통해 고향을 찾는 것은 전적으로 시적 화자의 몫입니다. 

테세우스가 비밀의 방에 이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은 미궁입니다. 
미궁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미궁의 입구인 문을 찾아야 합니다. 
핵심이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밀의 문은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존재하고 열린다'고 했습니다. 
그 문을 찾고 나면 테세우스 저 스스로 지혜와 본능으로 미궁을 더듬어 비밀의 방에 이르러
야 합니다. 의원의 기능도 마찬가지로 그 길을 발견하게 하는 데 있습니다. 
의원이 질문하고 시인이 대답하는 시간은 바로 시적 화자가 그 길에 들어서기 위한 마음의 
준비이며 의지의 확인인 셈이지요. 

여기서 실이 문제가 됩니다. '실'은 '구명줄', '인도' 같은 이미지가 있습니다만, 그것은 우
리의 머리 속에 선지식으로 남아있는 어떤 잔상 때문인 것 같습니다. 

테세우스의 신화에서도 '실'은 미궁으로 들어가 비밀의 방을 찾는 역할을 하는 데 강조가 
주어지기보다는 나중에 미궁을 빠져나오는 데 필요한 것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혹은 아리아드네와의 사랑의 성사 여부나 테세우스에게 버림받은 아리아드네의 슬픔이라는 
모티프를 활용하기 위해 쓰이고 있습니다. 

문제의 <보기>에서 실은 분명 비밀의 방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역할보다는 나중에 나오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비밀의 방에 이르기 위해 테세우스는 '자신의 예지와 본능으로' 미궁을 더듬어 가고 나중에 
실을 따라 밖으로 나온다고 되어 있습니다. 

제시문에서 '실'은 목표를 성취하는 데 주기능이 있지 않고 목표를 성취한 이후의 또 다른 
장면에서 부수적이면서 도구적인 기능을 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어떤 과제를 해결하는 데 실마리가 되는 문(입구)의 중요성은 다음과 같은 우리의 설화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지하 대적 퇴치 설화'의 유형이 그것인데요. 지역마다 약간의 변용이 있
습니다만, 핵심은 그 과제를 해결하는 관건이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동굴로 가는 문을 찾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습니다. 들어갈 때 들고 가는 밧줄은 나
중에 동굴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필요한 도구이지요. 단지 수단일 뿐입니다.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다시 한 번 백석의 시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이 답변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