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학생이 제게 생윤 9평 10번의 국어적인 문제를 문의했기 때문에 검토해 보았습니다.
9월 모평 생활과 윤리 문제는 오류가 있는데도 평가원에서 오류를 인정하지 않았네요.
평가원에서 오류를 인정하기 싫어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명백한 오류는 인정하는 것이 교육적입니다.
10번 ㄷ선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ㄷ. 인간이 어떠한 생명체보다도 본래적으로 우월한 존재는 아니다.'
이 문장은 인간이 본래적으로 더 우월하지 않은 생명체도 있음을 의미하는 부분부정(특칭부정)의 표현입니다.
우리말의 부정문은 중의성이 있어서 전체부정과 부분부정을 구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손님이 다 오지 않았다'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1) 모든 손님이 오지 않았다. (전체부정)
2) 어떤 손님이 오지 않았다. (부분부정)
부정문에 강조의 의미를 가진 보조사 '-은/는'을 덧붙이면 부분부정임이 명확해 집니다.
- '손님이 다 오지는 않았다' (오지 않은 손님도 있음)
- '모든 손님이 오지는 않았다.' (오지 않은 손님도 있음)
- '그렇다고 해도 전혀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잘못되지 않은 부분도 있음)
- '학생이라고 해서 반드시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용서되지 않는 경우도 있음)
- '인간이 항상 옷을 입는 것은 아니다.' (옷을 입지 않을 때도 있음)
그렇다면 ㄷ선지는 '-는'이 붙었으므로 부분부정으로 해석됩니다.
'ㄷ. 인간이 어떠한 생명체보다도 본래적으로 우월한 존재는 아니다.'
(인간이 본래적으로 더 우월하지 않은 생명체도 있음)
평가원의 이의제기에 대한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선지 ㄷ은 '인간이 식물보다 본래적으로 우월한 존재는 아니다'를 함의하는데,
이는 테일러(병)의 입장에는 부합하지만, 인간이 식물보다 우월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레건(을)의 입장에는 부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문항의 정답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평가원은 선지 ㄷ을 부분부정이 아니라 전체부정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즉 '모든 생명체보다 인간이 우월하지 않다'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이 식물보다 우월하니까 ㄷ은 틀린 명제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ㄷ 선지는 부분부정으로 해석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생명체보다 인간이 우월하지는 않다'라고 해석해야 하고,
인간과 동등한 생명체가 있다면 ㄷ은 참이 됩니다.
톰 레건은 이해관심을 가진 삶의 주체인 동물이라면 인간과 동등하다고 주장하는
탈인간중심주의 철학자입니다.
만일 ㄷ이 톰 레건의 주장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톰 레건은 어떤 주장을 한 셈이 될까요?
부분부정의 부정은 전체긍정(전칭긍정)이 됩니다.
따라서 평가원의 논리에 따르면,
톰 레건은 '인간이 모든 생명체보다 본래적으로 우월한 존재이다'라고 주장하는
인간중심주의자가 되어 버립니다.
졸지에 탈인간중심주의자가 인간중심주의자가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ㄷ선지는 톰 레건의 입장에서 볼 때, 참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수능에서는 출제오류가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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