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총에서 수능을 학력고사로 바꾸자고 주장을 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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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시대를 역행하는 발상이며 교육수요자보다는 교육공급자의 이익을 위해서 교육하겠다는 것입니다.
수능의 아버지 박도순 교수에 따르면 수능을 학력평가로 되돌리는 것은 수능을 망가뜨리는 것이고 학과 이기주의에 굴복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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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사고력 교육의 본고장은 미국입니다. 미국에서 비판적 사고력 교육이 본격화된 것은 1983년부터입니다. 미국 정부는 <위기에 처한 국가: 국가 교육 개혁의 특명>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발간하였는데, 이 보고서는 읽기(reading), 쓰기('riting), 산수('rithmetic) 등 ‘3R’에 집중된 커리큐럼에서 추론(reasoning) 교육을 보완하여 ‘4R’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이후 ‘비판적 사고력 폭발’이라고 명명할 정도로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비판적 사고력 교육 관련 학회나 조직이 없다보니 비판적 사고력 교육이 별별 수모를 다 당하는 셈입니다.
한 고교 국어 선생님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국어를 학생들이 너무 우습게 여겨서 힘들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수능 국어를 잘 하게 만드는 방법은 숨겨져 있지 않습니다.
교과서 내용을 암기하는 내신 국어 공부보다는 '고급스러운' 텍스트를 '분석적으로' '많이' 읽는 쪽이
수능 국어 성적 향상에 더 도움이 됩니다.
학교 교육을 바꿔서 잘 가르치면 될 것을 수능을 학력고사로 바꾸려고 하니 답답한 노릇입니다.
제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데이터들을 모아봤습니다.
1. 논술은 수능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이영진 선생님의 논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 이영진(2009), 논술교육이 수능 성적에 미치는 영향 분석, 청람어문교육 39집
선행 연구 : 이충형(2008) - 상관 관계가 높다, 한지완(2007) - 상관 관계가 낮다.
이 논문의 필자는 사교육 논술 강사가 아니라 경기 부천 중흥고 교사이면서 한국교원대 박사과정에 있는 연구자입니다.
필자는 자신이 근무하는 중흥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논술 교육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하였고학생들의 동의를 얻어 학생들의 2009학년도 수능 성적 데이터를 이용하였습니다.
연구자는 수능 성적과 논술 교육 사이의 상관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t -test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p값이 0.05보다 작게 나왔기 때문에 논술 교육과 수능 성적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음이 증명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언어(국어)에 한정되지 않고 전과목에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관찰되었다는 점입니다.
논술 교육을 받은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평균적으로 각 과목당 백분위 점수가 13점(%) 높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상관관계는 유의미하게 나왔지만 해석은 두 가지가 가능합니다.
1) 우수학생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논술을 준비했다.
2) 논술을 학습한 결과 수능 성적이 향상했다.
필자는 1)보다는 2)의 영향이 더 컸을 것이라고 추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후적 연구(retrospective study)이기 때문에 실험군과 대조군이 대등하지 않아서
1)보다 2)가 더 큰 영향을 주었다는 정량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연구자는 논술문을 작성하기 위한 제반 사고력이 수능 시험을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라고 보았습니다.
한편 학생들도 약 48%가 논술이 수능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답해서 부정적인 의견(18%)보다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
2. 현재의 교육과정은 수능 국어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매년 교육부는 ‘교과서에 충실하게 공부하면 수능을 준비할 수 있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전문 연구자들의 의견은 다릅니다. 현재 국어 교과서에는 비판적 사고력이 거의 도입되어 있지 않습니다. 수능은 비판적 사고력을 물어보는 시험이기 때문에 비판적 사고력의 개념과 원리가 부실한 교과서로는 제대로 된 대비가 어려운 것이 당연합니다. 그동안 고등학생들이 국어 교과서를 거의 읽지 않았던 이유는 수능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좀 어렵고 길지만 논문을 한편 인용하겠습니다. 논문은 고등학생이 이해하긴 어려울테니 그냥 건너 뛰셔도 됩니다.
김윤정 연구자는 국어 교과서 내에 비판적 사고 프로그램이 활용되고 있는지를 연구해보았고 현재 국어 교과서에서는 비판적 사고 프로그램이 배제되고 있으므로 피셔의 <비판적 사고> (우리 추천도서이기도 합니다)와 같은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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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자가 바라보기에 국어 교과서만 보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거짓을 말하고 있는 셈입니다.
김소현 연구자는 학생들의 인식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학생들의 의견도 김윤정 연구자의 의견과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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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수능 국어에서 고득점자를 변별하는 문항은 비문학(독서)이라고 인식하는 학생이 가장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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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학생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문항은 내용이 생소하거나 어려운 내용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시간 부족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아래 통계에서 '지문의 내용이 매우 생소하거나 어렵다'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운 내용과 관련성이 적다'와 유사한 항목입니다.
배우지 않았으니 낯설지요. 특히 비문학 지문은 연계가 되었다 하더라도 생소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은 학교 교육과정(내신 국어)와 수능 국어 사이의 차이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인식하는 셈입니다.
EBS 연계율 73%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이렇게 답한다는 것은 현행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논술은 수능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었지만
학생들은 현재의 교육과정은 수능 성적 향상에 도움이 별로 되지 않는다는 인식과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교육과정의 목표가 비판적 사고력인데도 불구하고 현재의 교육과정은 정작 미국과 같은 비판적 사고력 프로그램을 도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선되어야 할 쪽은 수능이 아니라 교육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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